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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해산물 요리를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오션 뷰 맛집이라고 했다. 그 '앵그리 크랩'에서 마지막 날의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한낱 바닷가에 있는 그런 횟집이 아니라 대양의 수평선 앞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서빙되어 온 음식 냄비를 보니 킹크랩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그 레스토랑의 메인 메뉴를 주문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앵그리' 크랩이라 하기에 화가 불뚝 난 어마한 게가 담겨 나올 줄 알았다. 그 대신에 앙증맞고 자그마한 바닷가재가 보였다. 주로 새우와 대게로 차려진 요리였다. 그리고 레스토랑이란 이름도 그 식당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았다.그러나 뭐니 해도 맛이 중요하지 않은가? 맛은 괜찮았다. 푸짐했고...
그래도 오션 뷰는 좋았다. 대양을 눈앞에 두고 먹는 식사는 한 번쯤 먹어볼 만했다. 먼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짭조름했다. 야자수 나무에 매달린 형형색색의 파라솔 우산이 흔들렸다. 인테리어 치고는 참 특이했다. 바다와 야자수와 우산이 잘 어울렸다. 우리들의 마음도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나저나 투명인간처럼 우리와 함께 있긴 하지만 우리는 아닌 슈퍼카 기사는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서 식사라도 챙겨 먹는지, 궁금했다. 우리가 다음 장소로 출발할 즈음에 문자를 보내면 그 기사는 득달같이 달려와 핸들을 잡았다. 한국인 정서로는 그게 좀 불편했다.
다음 코스는, 트리플 일정에 명시된 '안바 카페'였다.
어이쿠, 이게 무슨 일이람?
카페 정문 앞에, '확장공사로 휴업 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계속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기가 벅차 확장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 카페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 카페에서 바라보는 뷰가 궁금했다. 그러나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 이 근처에 좋은 카페 있나요?"
슈퍼카 기사에게 물어봤다.
"저는 이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 잘 모릅니다."
라고 기사가 자기가 입력한 문자를 영어로 번역하여 우리에게 내밀었다.
어찌한다?
이럴 때는 구글링이 최고다. 인근에 몇 개의 카페가 검색되었다. 우리는 뷰가 멋지다는 고객들의 리뷰를 믿고 '손 트라 힐 카페'에 가기로 했다.
"어? 여긴 익숙한 길인데?"
올라가다 보니 첫날에 들렀던 '촌촌 비스트로 앤 스카이바' 바로 옆이었다. 그래서 또다시 도심 뷰를 즐기게 됐다.
그곳은 파노라마 바다 뷰(Panorama Seaview)를 자랑하는 카페였다. 한마디로 한쪽에서부터 쭉 시선을 돌리면 파노라마처럼 다양한 뷰가 눈에 들어온다는 의미였다. 과연 그랬다. 덤으로 볼 수 있는 뷰가 또 있었다. 바로 꽃뷰였다. 그 카페의 정원에는 아름다운 꽃이 많았다. 갖가지 꽃 사진을 찍고 파노라마 뷰를 배경으로 하여 여러 컷의 사진도 찍었다.
그곳 시그니처인 코코넛 커피를 마시며 바다만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 불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불멍'만 있는 게 아니다. 멋진 뷰 앞에서 멍 때리기, '뷰멍'도 해볼 만했다. 적어도 그 순간의 멍 때림이 우리에겐 행복이었다. 항상 바빴던 모든 일상을 내려놓고 우리는 각자의 바다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손 트라 힐 간판에는 비스트로 앤 스테이(Bistro and Stay)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 온 곳이며 다시 올 리 없을 그곳에 우리는 다만 잠시 머문다는 생각에 젖었다.
비록 '안바 카페'는 문이 닫혔지만 임시변통으로 찾은 '손 트라 힐' 카페에서 우리는 정겨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했다. 결국 여행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잠시의 떠남이었다. 멍 때리며 마시는 커피는 참 달달했다.
명예와 영광, 그리고 기다림과 그리움이라는 꽃말을 지닌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우리는 마음껏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마음 한 군데가 아리고 허전했다. 12년째 침상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아들 생각이 났다. 멍 때림을 하고 있는 동안에 그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다. 잠시 모든 걸 내려놓으니 두고 온 아들 생각이 가득 밀려왔다. '
능소화 꽃말은 바로 아들을 향한 내 맘이었다. 아들이 언젠가 회복된다면 그것은 더 없는 '명예와 영광'이 될 것이다. 미미한 희망이지만 아들이 일어날 것을 믿으며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아들을 품고 있다.
활보샘들에게 전적으로 아들 간병을 부탁해 두고 우리 가족이 함께 떠난 것은 처음이었다. 잠시 떠나 있으면 아들 생각을 덜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들에 대한 생각은 더 많아졌다. 별 일은 없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고 또한 그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맘을 대변하듯 능소화가 화려하게 하늘을 향해 피어 있었다.
이 여행을 아들도 함께 할 수 있었더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예전에 함께 지냈던 순간들이 솔솔 떠올랐다. 대문자 E, 외향형인 아들은 어디든 훌훌 다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는데...
또한 에룬디나 꽃도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그 에룬디나를 내 집에서 키우면 저렇게 치렁치렁 넌출지게 잘 자라지는 않을 터였다. 에룬디나는 그 땅에 있으니 저토록 풍성하게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일 년 내내 꽃을 피우고 있을 능소화와 에룬디나는 물론 수많은 꽃들이 손 트라 힐 정원에 가득했다. 언제 다시, 그 정원을 찾아 안녕하며 마주 볼 수 있으려나?
자유여행의 매력은 스케줄의 속도를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손 트라 힐 카페에서 우리는 만만디로 차분히 머물렀다. 삶의 속도, 그 시동을 껐다. 잠깐일지라도 달려왔던 길과 다시 달려갈 길을 챙겨보았다. 잘 달려왔고 또 우리는 잘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족과 함께라면...
안바 카페 대신에 들른 손 트라 힐 카페에서, 그리고 앵그리 크랩에서 우리는,
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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