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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환자

기묘한 win-win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 사고 이후는 지난한 발자국을 찍어내는 나날이었다. 생때같은 자식이 하루아침에 죽은 사람처럼 누워버렸으니 말이다. 아들이 당한 사고는 단언컨대 청천벽력이었다. 그날 이후, 삶은 딴 세상에서 사는 것 같았다. 마치 먹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았다. 예기치 않은 사고나 사건을 만나는 것에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고가 닥쳤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천차만별일 것 같다. 우리 부부는 '현실'과 '사고'를 양발 걸치기하듯 적절하게 배분하여 받아들였다. 우리는 슬픔을 안은 채로 묵묵히 일상을 헤쳐 나갔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아들을 품고 사는 삶은 마치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묶고 걷는 것처럼 더뎠고 힘겨웠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웃으며 지내려고.. 더보기
지극히 남루한 기도 지극히 남루한 기도 생각하고 보고 듣고 먹을 수 있기를, 아가들만큼이라도 앉고 서고 걷고 달릴 수 있기를 씻고 멋 내고 옷 입고 나를 향해 웃어준다면 그때처럼 메시지를 주고받고 노래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12년 전처럼 옛적 같기를 평범한 일상 같기를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누구나처럼 할 수 있는 게 기적인 이 기도는, 남루하고 가난하지만 애끓는다. [사진:픽사 베이] 더보기
3) 찾으면 찾으리라 도대체 이것의 이름이 뭘까? 이것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남편도 모른다. 활동보조사들도 모른다. 이것을 비상용으로 하나 더 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도대체 정확한 이름을 몰라서 구할 수가 없었다. 어디서 본 것 같으나 무엇에 쓰인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이름을 알아야 검색할 수 있잖은가? 이것은 중중환자인 아들의 뱃줄에 끼워 두는 것이다. 식사가 주입될 때는 사진과 같이 해 둔다. 식사가 끝나면 뱃줄을 그 옆 좁은 구멍 쪽으로 밀어 둔다. 그러면 투여했던 식사가 역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찮아 보이지만 아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클립~ 집게~ 플라스틱 클램트~ 플라스틱 클립~ 미니 클립~ 굵은 곳으로 치웠다가 좁은 곳으로 하는 클립~ 구멍 크기가 서로 다른 클립~ 과자 봉지 집게~ 저런 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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