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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아들 생각이 나게 하는 감태지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물감태=생감태를 주문했다. 그냥 습관처럼 감태를 샀다. 겨울이 되면 감태를 산다. 그것으로 감태 김치를 담근다. 그걸 '감태지'라고 한다. 감태지를 먹으면, 아들의 옛적 모습이 마구 그립다. 아니, 아들이 마구마구 그리울 때 감태지를 먹는다. 그래도 감태 향으로 그 그리움이 좀 가라앉는 듯하다.  전라도에서는 김치를 '지'라고 한다. 경상도 여자인 나는 전라도 사람과 결혼했다. 시댁 쪽 사람들은 김치를 김치라고 하지 않았다. 김치를 '지'라고 했다. 그래서 수많은 김치에 '지'를 붙여 부르는 것을 익히 들었다.  '지, 지, 지...'를 무던히도 많이 들었다. 결혼 전에 내가 알았던 '지'는 단무지의 '지'뿐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단무지의 '지'가 김치를 의미하는지도 몰랐다.. 더보기
37. 픽션같은 넌픽션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강미의 곁으로 달려왔다. 죽었던 것 같았던 나무들의 가지마다 생명의 호흡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강미는 봄이 오면 언제쯤 꽃이 만발할 지를 잘 안다. 아버지가 떠나시던 날, 상여에 꽂혀 있던 종이꽃보다 더 화려하던 만산의 진달래와 들길의 개나리를 잊지 않고 있다. 달력을 챙겨보니, 어라, 아버지의 40주기 기일이 오늘, 내일인데 벌써 윗녘에 꽃이 만발했다면, 남녘의 고향, 그곳에는 이미 벌써 봄이 찬란하게 한바탕 꽃을 피우고 지나갔을 게 뻔하다.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인 게 맞다. 봄이 더 빨리 오는 걸 보니 그렇다. 고향, 희숙이네 샘물 가에 있던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떠나 버린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졌을 것이다. 누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 더보기
12. 응답하라! 첫사랑 학교 가는 길은 멀었다 [출처:합천 문화재청] 왕따 나무 나의 고향은 합천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 자락에 있다. 윗마을은 솔악골, 묵촌이 있고 매일 해가 넘어가던 곳에는 독골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아랫마을에는 구정리와 장터가 있고 야성강을 건너서 구장터에 이르면 샛길도 있었다. 야로의 명물 ‘왕따 나무’가 있는 곳을 지나면 핏물 얼룩이 말라붙어 있는 샘이 있었다. 도살장이 있던 곳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핏물이 씻겨져 내리고 황소 귀신이 마치 머리채를 잡아채는 듯 섬찟하고 무서웠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은 멋모르고 신비한 세상으로 끌려가는 꼴이었다. 일상이 바빴던 부모님은 나를 데리고 입학식에 갈 수 없었다. 옆집에 사는 웃터 아재가 어차피 자기 아들, 기철이를 입학시키러 가는 김에 나까지 데려갔다. 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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