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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눈길 닿는 곳마다 애잔합니다- 시(詩)를 읽었던 화장실마저 그리울 듯 오늘, 23학년도 종업식과 졸업식이 있었다. 그리고 이임식도 있었다. 나는 퇴임교사라 작별 인사를 하는 대열에 서 있었다. 일곱 분의 교사가 정·퇴 혹은 명·퇴를 했다. 사람마다 내일을 맞이하는 마음이 다른 법이다. 퇴임식에 서 있는 그분들의 내일은 여느 사람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오늘, 바로 이 날이 내 교직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마땅한 말이 없었다. 긴장하며 잠시 들렀던 화장실에서 늘 봤던 시(詩)가 내게 인사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두 편의 시(詩)를 남겨두고 교정을 떠나야만 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애잔했다. 남몰래 시(詩)에게 안녕을 고했다. 이 화장실을 4년째 사용했었다. 화장실, 그곳에 가면 그 시(詩)를 읽곤 했다. 여기서 7년간 재직했지만 다른 교무실을 .. 더보기
프롤로그(바야흐로...)- 마지막 교시(7교시)는 내 생의 마지막 수업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알 턱이 없다. 내가 그 시간에 내 생의 마지막 수업을 하고 있는지? "선생님, 내년에 몇 학년 맡으실 거예요?""몰라.""1학년 하실 건가요?""몰라.""2학년 맡으실 거죠?""아니.""그럼 3학년 하시려나 보다""아니.""그럼, 다른 학교로 가시나요?""아니.""그럼 뭐지? 샘샘, 2학년 맡아요. 제발요." 학생들은 내가 정년 퇴임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유명한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생각났다. 세상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마지막이 있다.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다. 하여간 어제 나는 마지막 수업을 했다. 이제 나는 교단을 떠난다. 정들었던 학교를 떠난다.  https://youtu.be/9Njd_aJ2oTM?si=vXMnok8LlD_AGI4s [마지막 수업] 줄.. 더보기
강등(降等) 강등(降等) 깃발 휘날리며 잘 나갔던 분이정년퇴직 후에  더 바쁘다며 아우성이다알고 보니, 할머니가 되어밤낮 주야로 손주를 보신단다 앞에서 세상을 당기며 끌던 일 대신에뒤에서 밀어주고깃발이나 흔들며손뼉 쳐 주는 일로 바쁘시단다 주전 선수라는 이름표 떼고손주들의 코치가 되어 웃픈 시간을 보낸다고 너스레다 세대가 바뀌는 칩이 내장되어그렇게 굴러가는 시스템이다인생이란 게 그렇다 백의 종군, 관중되어 삑사리로 응원하니"할머니, 시끄러워!"라는 핀잔을 듣는다존재의 무가치라고 저울이 외친다그래도 무뎌진 감각이 서러운 줄도 모른다 추상같은 호통을 치면모두가  떨던 때도 있었건만지나간 것은한 때 불었던 바람이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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