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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엄마가 아들에게, 그리고 아들이... 아들에게 아들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하나뿐인 아들아,너는 11년 동안이나 몸져누워 있구나.지금 내가 바로 '욥'*의 엄마와 같은 심정이라면 너는 알까? 오늘도 '옛적의 너'를 그리워하며 하루를 보낸다.그런 너를 품고 가는 나날은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네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염없이 땀만 흘릴 때면 자장가를 부르게 되더라.너만을 위한 자장가를... 자장, 자장 우리 아기~꼬꼬 닭아, 우지 마라!멍멍 개야, 짖지 마라!은을 준들 너를 사며,금을 준들 너를 사랴?천에 하나, 만에 하나귀하고 귀한 우리 아기,온 세상을 준다 해도너와 바꿀쏘냐?자장, 자장 우리 아기~잘도 잔다. 잘도 자네~ 서른도 훌쩍 넘은 너를 갓 태어난 아기 재우듯 어르는 마음이 참 기막힌다. 아들아,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더보기
고소 & 달달 토요일 오후 토요일 오후에 우리는 옴짝달싹 할 수 없다. 아들을 침상 목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의 단톡방에 지인 '부부 모임' 공지가 올라왔다고 했다. 모임 일시는 토요일 오후였다. 나는 목욕시키는 일에 메인 역할이라 빠질 수 없으니 남편만 가라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난 당신을 많이 의지하나 봐. 당신도 함께 가면 좋겠어." 남편이 그 모임에 나를 대동하고 싶어 했다. '의지'라는 단어가 마음에 확 꽂혔다. 그래서 갈등이 됐다. 그냥 남편 혼자 그곳에 다녀오면 좋겠다는 것이 내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바람을 쐴 겸 나와 함께 외출을 하겠다는 남편의 맘도 이해됐다. 그러면 토요일 오후에 해오던 아들의 목욕시키는 일을 오전 시간대로 옮겨야 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아들을 목욕시킨다.. 더보기
눈이 부시게 하늘이 푸르렀던 날이었다 '잠시 동안 하는 일종의 비행이야, 잘 넘기면 돼~' 이렇게 생각하니 한결 맘이 편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제발 별일 없기를... 가을이 오면 우리 부부는 서서히 긴장된다. 투병 중인 아들이 연례행사처럼 위루관 교체 시술을 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은 한순간의 사고로 중증환자가 되었다. 11년째 목숨만 붙어있을 뿐이다. 푹푹 찌는 듯한 더위도 한 풀 꺾였다. 그 전날 비가 잔뜩 내렸다. 비 개인 다음 날의 하늘이라 눈이 시릴 정도였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푸르른 날이었다. 그다음 날도 비 예보가 있었다. 병원 가는 날만 맑았다. 날씨는 일단 끝내줬다. 시술 전날 저녁 식사 이후부터 아들의 단식이 시작됐다. 아들은 환자용 경구식으로 식사를 대신해 오고 있다. 와상 환자는 식사를 최소한으로.. 더보기
지극히 남루한 기도 지극히 남루한 기도 생각하고 보고 듣고 먹을 수 있기를, 아가들만큼이라도 앉고 서고 걷고 달릴 수 있기를 씻고 멋 내고 옷 입고 나를 향해 웃어준다면 그때처럼 메시지를 주고받고 노래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12년 전처럼 옛적 같기를 평범한 일상 같기를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누구나처럼 할 수 있는 게 기적인 이 기도는, 남루하고 가난하지만 애끓는다. [사진:픽사 베이] 더보기
15) 너의 23~30대는 어디로 가고? 뭐니 뭐니 해도 인생의 황금기는 20대~30대일 것이다. 23살, 대학 3학년 2학기에 자전거 사고로 덜컥 누워버린 아들은, 인생의 황금기를 고스란히 침대에 누워서 의식 없이 보내고 있다. 33살이 된 지금도 무의식 상태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생때같은 아들을 그렇게 눕혀두고도 부모인 우리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여행도 다닌다. 신경 정신과 선생님과 상담을 받는 중에, 더보기
8) '인천의 사자'가 여자 꼬시는 법 엄석대에게 맞아서 아들의 몸 곳곳에 멍이 들던 일은 일단락이 되었다. 그러나 아들의 사춘기 모습은 무지개 빛깔처럼 다양했다. 아들은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것을 참 싫어했다. "남자가 피아노 치면 멋있더구먼..." "학원 선생님이 내가 건반을 잘못 누르면 막대기로 손가락을 아프게 때린단 말이에요." "정신 바짝 차리고 연습하라는 뜻이지." "그게 아니에요. 그냥 악마 같아요." 아들은 피아노 학원에 가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아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피아노 학원을 건성건성 다녔다. '바이엘'은 끝냈고 '체르니 40'까지 겨우 도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교회 점심 식사 시간에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박자와 음정이 맞지 않게 피아노를 쳐댔다. 주일 점심시간마다 아들의 피아노 두.. 더보기
5) 내 아들이 '부진아'일까? 아들은 울보 떼쟁이었다. 방실방실 웃으며 애교를 부리는 아이는 누구나 귀여워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울보 떼쟁이었다. 아들은 걸핏하면 칭얼대고 보챘다. 그리고 아들은 겁도 많았다. "무서워, 무섭단 말이야. 저거 다 치워." 아들은 '무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들은 '스탠드형 옷걸이 행거'를 보면 까무러치듯 무서워했다. 벽에 걸린 그림도 무서워했다. 옷걸이 행거를 무서워하는 아들 때문에 옷을 걸어 두는 대신에 옷으로 행거를 덮었다. 아들이 무섭다며 칭얼거려서 벽에 걸린 모든 그림에 신문지를 붙였다. "이 길로 안 갈 거야. 무서워." 아들은 길 가다가 갑자기 멈추며 소리를 지르곤 했다. 아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또 있었다. 옷가게에 서 있는 마네킹을 몹시 무서워했다. 아들은 마네킹이 있는.. 더보기
4) 가슴이 몇 번이나 내려앉더라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영상을 봤다. 이제 막 뒤집기를 시작한 아기가 안경을 집어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브이로그로 담아낸 것이었다. 숨죽이며 영상을 보고 있자니 내가 둘째 아이를 낳아서 카우던 일들이 하나씩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 녀석은 낳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아이가 탯줄을 감고 나와 의료진들이 진땀을 뺐다. 둘째 아이가 임신되었다는 것을 알고도 산부인과에 가보지 않았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 산부인과에 다니는 게 참 싫었다. 그래서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정기검진을 아예 받지 않았다. 그리고 산부인과에 갔다가 혹시 태아가 아들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을까 지레 겁이 났다. 그래서 둘째를 출산하는 날이 되어서야 산부인과에 갔다. 요즘 산모들에게는 그러한 나의 임산부 기간이 무모하게 여겨질 것..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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