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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사의 가지각색 삶

47. 길 떠나는 조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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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카가, 15박 16일 일정으로 국내 도보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는 소식이 시댁의 단톡방에 올라왔다. 조카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군 복무를 위해 귀국했다가 이제 막 제대했다. 복학할 때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신선한 충격으로 들렸다. 단톡방에서는 반응이 뜨거웠다. 조카에게 편지 한 장 띄우고 싶다.
사랑하는 조카에게~

 

난생처음으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지금쯤 7월 말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부지런히 걷고 있겠구나.

 

네가  배낭여행을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큰엄마는 많은 생각을 했단다.

 

  누구나 해보는 일이 아닐 것 같아서 네가 그런 생각을 해냈다는 것이  기특했고, 편하고 즐거운 일들도 많을 텐데 굳이 땀을 흘리고 혼자서 고독을 느낄 도보 배낭여행을 하기로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살면서 두 번 다시 해볼 수 없는 귀한 경험이 될 것 같다. 네가 출발하던 날 장대비가 쏟아졌단다. 어디서 비를 피하고 있을까 내내 맘이 쓰였어. 그러나 떠나기 전에 이미 모든 상황을 예견하고 거기에 대처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었을 것 같아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단다.

 

네가 처음 태어났을 때 큰엄마는 먼길을 달려가서 너를 보았단다. 이목구비가 뚜렷했고 훤했던 아기가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서 멋지게 인생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니 맘이 즐거워지네.

 

자유로운 발길 속에 고독

 

  아마도 몇 번은 되돌아가고 싶을지도 몰라. 만만한 일이 아니잖니?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 인생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연습이 될 것이야. 살다가 내려놓고 싶고 주저앉고 싶을 때, 이 배낭여행을 떠올리면 못할 게 없을 것 같네.

 

결국 인생은 자신의 몫이잖아. 자유로운 이 여행길이긴 해도 고독이 몸서리칠 테니 자유와 고독을 동시에 경험하게 될 것 같다. 이 두 가지의 조화를 잘 이루는 것이 성공적인 인생이 될 것 같아.

 

앞으로 졸업한 후에 취직하고 결혼을 하게 되면 이렇게 자유롭게 설정하여 혼자의 시간을 즐길 기회는 없을 것 같아. 적절한 시기에 내린 좋은 결정인 것 같구나.

 

이 여행을 마무리하여 일상으로 복귀한 후에 10년씩 3번 정도 힘차게 달리고 나면 너의 앞에는 인생의 황혼이 찾아와 있을 거야. 인생이 하룻밤의 꿈같은 것이더라, 후딱 가 버리더만.

 

여행 후의 리뷰

 

여행 소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말이 없어도 괜찮아. 너의 몸과 마음이 그 과정을 통과했으므로 이미 세포마다 느낀 게 있었을 거야. 여행 후의 리뷰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으마. 무사히 잘 돌아왔다는 한 마디만 들으면 될 것 같구나.

 

웅장한 산이나 철철철 흐르는 계곡물에서도 메시지가 있을 거야. 이름 없는 들풀을 사랑하게 될 것이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누군가와 우정을 쌓을 수도 있을 것이고...

 

너의 여행 여정 속에 펼쳐질, 수없이 많은 각본들을 상상해보니 큰엄마가 먼저 설레는구나.

 

오늘, 제6일째의 날이 밝았네. 날씨 앱에서는,

"폭염 특보 속 찜통더위가 기승인 하루 자외선도 강하니 선크림 꼭 바르세요"라고 하네.

너도 날씨 체크하며 다니지?

 

파이팅~

 

2022년 더운 여름날, 큰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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