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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예·체능 수업>을 '캘리그래피'로 정한 것은 나 자신이 일단 이 세계에 입문해보고 싶은 맘에서였다. 나의 외조부는 비석에 글을 새기는 기능을 가지고 계실 정도로 명필가였건만, 그 DNA는 내려오다가 어디서 희석되어 버렸는지 나의 손글씨는 늘 분에 차지 않았다.
이참에 손글씨를 예쁘게 쓰는 경지에 도달해봐야겠다.
강사 선생님은,
- 어머 진짜 잘한다.
- 참 잘한다.
- 너무 예쁘다.
- 오우, 오우!
라고 학생들의 글씨를 보면서 쉬지 않고 감동하신다.
그것도 모자라서,
-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 중에 젤 잘하는 거 같아.
- 어쩜 이렇게 다 잘할 수 있지?
이런 말까지 하신다.
그럴 때면, 나는 힐끗 뒤로 혹은 옆으로 돌아본다. 모두가 나름의 필체가 녹아든 자신만의 글씨로 표현에 열중이다. 현대판 한석봉이 가득 앉아 있다. 먹물이 없고 붓은 없지만, '주니어 캘리그래퍼'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글씨를 쓰고 있다. 서당 분위기다.
벌써 4가지의 필체를 배웠다. 제4강에서는 '에필로그체'라는 것을 연습했다. 수업 종료 직전에 학생들의 작품을 칠판에 부착했다.
모두가 캘리의 혼이 가득 담긴 글씨체다.
그런데 내 글씨는 저들처럼 앙증스럽거나 귀엽지 않다. 원인이 뭘까? 연습을 많이 하면 좀 나아질까? 나는 캘리 수업이 끝나고 나면 그 글씨체를 하염없이 여러 번 써본다. 내 맘에 쏙 들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더한다.
[모두가 캘리그래퍼 수준이다]
아마, 내가 학생들처럼 멋지고 예쁜 글씨를 쓰지 못하는 것은, 이미 손가락이 굳어서 그럴 것 같다. 캘리그래피는 글씨지만, 그림을 그리듯이, 그리고 마치 붓글씨를 쓰듯이 혼을 담아야 한다. 그 틈새에 예술 감각도 가미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학생들의 글씨와는 견줄 수 없나 보다.
오늘 오전 내내 연습한 내 글씨는 이렇다. 글씨에 어른스러움이 보인다. 글씨가 점잖다.
글씨에 청춘을 입혀야겠다.
내 예쁜 손글씨가 내 맘에 드는 그날까지 캘리그래피 연습은 계속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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