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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라고 며칠 전까지 말했었다.
지난 2년 반 동안에, 내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고 했던 노력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QR 및 발열 체크 등이 사라진 방역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식당에 드나들었고 카페도 방문했다. 그것은 이미 코로나 확진을 불사하겠다는 행동이었다.
학교와 집, 나의 노선은 딱 그것뿐이었다. 비대면 예배, 로켓 배송, 배달 음식 등이 일상이 되어 살았다. 대중교통도 아예 이용하지 않았다. 택시를 탈 때도 긴 가디건을 방역복처럼 입었다. 손에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외출했고 택시비는 아예 사전 결제 처리를 하여 기사님과 카드도 주고받지 않았다.
여행을 가면, 식당에서 음식을 테이크 아웃하여 차 속에서 먹었고, 호텔을 이용할 때도 욕조와 실내를 모두 소독부터 했다. 누가 봐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방역과 위생에 신경을 썼다. 교사이기 때문에 많은 학생과 접촉하니 확진되는 것을 염려하기도 했지만, 10년간 중증 장애인으로 병상에 있는 아들이 자택에서 투병 중이라 걱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그 아들이 코로나 확진이 된다면 입원 절차가 답이 없을뿐더러, 아들은 코로나 백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예방 백신을 맞지 못한 것도 찜찜했다.
일주일 전 토요일에 남편이, 목이 따끔거린다고 했다. 몸살 기운도 있다고 할 때,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도 전에 없던 근육통이 느껴졌다. 목덜미 부분과 어깨에 통증이 있어서 스트레칭을 해보았다. 다행히 기분이 안 좋을 정도지 심하지는 않았다. 미리 준비해둔 자가 키트 설명서를 정독했다. 내가 먼저 검사를 했더니 한 줄이 나왔다. 곧이어 검사한 남편의 키트에는 곧바로 두 줄이 보였다. ‘아, 망했다.’라고 속으로 절망했다. 그동안의 수고와 애씀이 수포가 되는 순간이었다.
신속 항원 검사를 하는 병원을 검색하여 확진 판정을 받은 남편은 약까지 처방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나는 증세도 없고 ‘음성’이 나오니 확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철두철미하게 서로 격리되어 한 집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동거인이라 검사를 해봐야 하기에 이튿날 단단히 무장하고 병원으로 갔다.
검사를 끝내고 상담하러 들어가니 두 줄이 선명한 키트가 의사 선생님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결국 나도 확진자의 대열에 섰고 확진자 숫자 증가에 일조하고 말았다.
60세 이상에게 특혜?로 주어지는 치료제 ‘팍스 로비드’가 함께 처방되었다. 남편은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어서인지 다른 치료제, ‘몰뉴피나비르’가 처방되었다.
백신을 맞은 지도 6개월이 넘은 것 같은데 코로나는 나에게 무력했다. 컨디션에 아무 이상 없이 격리되어 지내고 있다. 아마도 오미크론 변이종인 ‘BA.5’는 심하지 않은 증상으로 오는 듯했다. 확진된 처음부터 완치 단계인 지금까지 나는 아프지 않았다.
문제는 팍스 로비드의 쓴맛이다. 처음에는 주범이 팍스 로비드 인 줄을 몰랐다. 이틀 정도 후에 약을 끊고 팍스 로비드만 복용하는 데도 쓴맛이 고통스러웠다. 통증과 맞먹는 고통이었다. 그래서 한자를 찾아보니 고통의 고(苦)는 ‘쓸 고’였다. "고통"이라는 것은 쓰고, 괴롭고, 아픈 것을 뜻하나 보다. 코로나는 고통인데, 즉 쓰고, 괴롭고, 아픈 것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이 약은 2-3일 지나고 견딜 만하면 안 드셔도 되지만 이 치료제는 하루에 2번씩 5일 동안 반드시 드셔야 합니다.” 진료를 해주신 담당의는 신신당부를 했다.
쓴맛이 심하게 지속되면 통증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검색을 해보니 팍스 로비드는 쓴맛이 심하다는 정보가 있었다. 설마, 良藥(양약)은 苦口(고구)이나 利於病(이어 병)이라는 격언을 보고 만든 약은 아니겠지? 이 쓴맛은 암 덩어리도 박멸시킬 것 같고 태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세균, 바이러스를 충분히 쫓아낼 만한 스컹크 같은 위력을 지닌 듯하다. 일 년에 약을 한번도 먹지 않을 정도인 나는, 간단한 감기약 한 알만 먹어도 식은땀이 나며 금방 호전되는 타입이다. 그런데 지독한 이 팍스 로비드를 5일간이나 복용하자니 쓴 맛이 피부까지 스며 나오는 듯하고 나중에는 쓴 냄새까지 나는 듯했다. 물론 미맹인 사람은 예외일 것이고 쓴맛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나와는 다르게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단맛의 정도를 브릭스로 표기하듯이 쓴맛의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가 있는지 알아 보았다. IBU(International Bitterness Unit)였다. 그렇다면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맛본 IBU 수치 중 최고였을 것 같다.
오늘 저녁 9시에, 나는 마지막 회차, 팍스 로비드 3알을 복용하고 이틀 후에 격리가 해제되어 해방을 맞게 된다.
기억에 남을 7말 8초 휴가였다. 올해 휴가는 참 쓴 맛이었다. 여름방학의 흑역사를 참 쓰게 쓴다.
자유가 그리운 날에 드는 생각[출처: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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