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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사의 가지각색 삶

어나더 반찬 가게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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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4/24)에 발행한 글, '그 반찬 가게에 발길을 끊기로 했습니다'에 대한 조회수 알림을 받았다. 조회수가 시시각각으로 1,000, 2,000, 3,000으로 올라갔다. 열기는 갈수록 더했다. 10,000, 20,000, 30,000으로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내가 발행한 글 중에서 조회수가 가장 높았던 것이 22,000이었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https://brunch.co.kr/@mrschas/248


내 글이 어딘가에 노출되었나 보다. 조회수가 포텐 터진 것을 보니... 그래서 검색해 봤다.

 

내 글이 '다음' 포털의 메인에 있었다.

또 '브런치의 인기글'이란 카테고리에도 걸렸다.

 

그다음 날도 조회수의 열기가 식지 않았다.

이제는 '에디터픽' 란에 내 글이 떡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다음 메인/ 홈&쿠킹 BEST 7/ 브런치 에디터픽 최신글]

 


 

딸에게 그 글이 실린 화면을 캡처하여 보냈더니,

"쩐다!"라고 했다. MZ세대들은 그럴 땐 '쩐다'라고 말하는 모양이었다.

 

 

내 브런치 글의 통계를 확인해 보니 그 글의 조회수가 82,000 정도나 됐다.

 '헤드라잇'이란 곳으로부터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 제안은 일단 손절해 두었다.

다른 브런치 작가들은 글 솜씨도 좋고 구독자나 라이킷 수가 많은데 나는 명맥만 유지해 가는 신인 작가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쓰고 싶을 때 쓰고 쉬고 싶을 때는 잠시 멈추는 지금이 참 좋다. 그 누구도 나를 푸시하지 않는다. '헤드라잇'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지만 그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의무감으로 글을 쓰게 될 것 같았다.

 


조회수 폭발은 그렇고 중요한 것은, 새로운 반찬 가게에 찬통을 들고 가야 하는 일이다. 먼저는 스텐 '칸칸이'가 있는 찬통을 챙겼다.

 

'아니야, 여기에 반찬을 사 오면 그대로 냉장고에 넣고 뺄 수 있어서 내게는 편한 찬통이지만 반찬 가게 점원이 반찬을 담아 주기는 불편할 듯'

 

그보다 좀 더 반찬 담기가 편할 것 같은 원형 찬통을 준비했다. 역시 칸칸이 찬통이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이것도 반찬을 덜어서 담아 주기 불편할 것 같아. 사이즈가 좀 큰 편이라'

[스텐 칸칸이 찬통/원형 칸칸이 찬통]

 '혹시 찬통에 반찬을 담아 주지 않으면 어쩌지?'라며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찬통은 제대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랴부랴 로켓 배송으로 찬통을 구입했다. 집에는 허드레 찬통이 부지기수로 많다. 순전히 반찬 가게 점원들의 편의를 위해서 나는 새로운 찬통을 구입했다.

 

내 글을 조회하셨던 82,000분도 내가 무사히 반찬을 사 올 수 있을지 궁금해할까?

 

"내가 반찬 가게 주인이라면 귀찮아서 싫을 것 같아요."

 

친한 지인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좀 머쓱하더라도 용기를 내미는 용기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로켓 배송으로 마련한 찬통]

 

모든 준비는 다 됐다. 두근거리는 맘으로 전통시장 반찬가게 골목으로 향했다.

날씨는 화창했고 꽃가게에 즐비 꽃들도 하늘거리며 반찬가게로 향하는 나를 응원하는 것 같았다.

 

마침내 반찬가게에 도착했다. 늘 애용하던 단골 반찬 가게가 아닌 또 다른 가게였다. 손님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살짝 기다리는 센스가 필요하다. 잠시 한가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긴장되고 떨렸다.

 

"저기요~"

"네?"

"여기에 반찬을 담아 가려고요."

 

나는 쿨러백에 차근차근 담긴 찬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반찬을 받아 넣기 편하려고 '크로스' 쿨러백을 준비했다. 당연히 휴대폰 담은 미니 가방도 단단히 크로스백으로 멨다. 모든 일을 어리바리하지 않고 깔끔하게 해치우겠다는 치밀한 나만의 작전이었다.

 

- 이건, 좀...(No)

- 아, 네. 당연하죠.(Yes)

 

대답은 두 가지다. 과연? 두둥...


 

점원의 답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그분의 반응에 따라 앞으로 나의 향방이 달라진다. 플라스틱 시대에 플라스틱 좀 발생시키는 게 뭐 어때서?  나도 그냥 그렇게 살게 될지? 아니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길로 접어들 수 있을지?

 

"잠깐만 기다려 주실래요."

 

그 말은 흔쾌히 반찬을 찬통에 담아서 팔겠다는 말로 들렸다. 나는 맘 속으로 '얏호' 하고 외쳤다.

 

쿨러백에 뚜껑은 놔두고 찬통만 점원에게 건넸다.

점원은 내가 가리키는 반찬을 담기 시작했다. 정성껏 담고 있었다. 마지막에 테두리를 깔끔하게 닦아 주기도 했다.

 

"이것은 만 원어치 담아주세요."

"아, 그러려면 이 통이 작아요."

"그러면 5천 원어치만 주세요."

"차라리 한통 가득 채워드릴게요. 그러면 8천 원이에요."

"그게 좋겠네요. 좋아요."

 

점원과 나의 대화는 스무스하게 잘 이어졌다.

서너 명쯤 되는 점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내 찬통을 채우고 있었다. 플라스틱 반찬 팩을 집어서 전달하는 것보다는 번거로운 건 맞다.

 

"저도 이 통 있는데..."

점원이 내 통을 받아 들며 말했다.

다른 점원은, 

"찬통이 참 예쁘네요."라고 했다.

"귀찮으실 텐데 이렇게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주 이렇게 해주실 수 있죠?"

"당연하죠."

"그러면 다음에도 찬통 들고 올게요."

[찬통을 담아갔던 쿨러백/ 찬통에 바로 담아 사 온 반찬]

 

찬통을 담은 크로스 쿨러백을 메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 행복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꽃 집에서 내놓은 각양 꽃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내 마음이 통했다는 것이 신났다. 반찬가게 점원들은 아무도 내게  '왜?'라고 묻지도 않았다. 아마도 내 속뜻을 알았으리라.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 주는 사람이 결국 Winner다. 그 반찬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 참 멋지고 예뻐 보였다. 어나더(Another) 반찬 가게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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