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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실 엿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2】 칠판에 답 쓰는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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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이네 영어 수업 풍경은 매 시간마다 다양하다. 가장 큰 특징은, 모든 학생이 예외 없이 자신의 발표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수업 일지에는 다음 수업시간에 발표를 할 차례가 누구인지 적혀 있다. 처음에는 자기의 순서가 되면 쑥스러워했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수업시간에 교사의 목소리보다는 다양한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수업이 덜 지루하다. 학생 중에는, 영어 보컬(영어의 발성법은 한국어 발성법과 다름)로 영어를 읽기도 한다. 그러면 절대로 칭찬을 빼놓지 않는다.

"어, 원어민인 줄? 너 목소리가 영어 보컬이네?"

어떤 학생은 원어민 같은 억양과 발음으로 읽는다.

"너 혹시 해외에서 산 적 있어? 완전 원어민인데?"

또 어떤 학생은 한글을 읽듯이 읽는데도 자신감이 뿜뿜 솟아나서 꿋꿋이 읽는다.

"좋았어, 참 잘했어. 영어는 일단 자신감으로 시작하는겨."

 

어휘 부분은 새로운 단원이 시작될 때, Warming Up으로 Chant를 두 번 정도 듣는다. 그러면 학생들은 새로운 단원에 대해 친근감을 가지게 된다. 이때 중일이는 어깨춤을 추며 따라서 챈트를 부른다. 이럴 때면 중일이는 노래방에 온 듯이 눈을 지그시 감고 거들먹댄다.

[챈트]

그다음에는 중일이의 얼굴색이 확 바뀐다. 어휘의 영영 풀이 부분을 익히는 과정이다. 영영 풀이에는 모르는 단어가 꽤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중일이의 표정을 살펴가며 에피소드를 곁들이면서 최대한 덜 지루하게 살살 잘 넘어가야 한다.

 

의사소통 부분에서는 보이스 액팅으로 해도 된다. 의사소통 기능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영상과  듣기 파일을 활용하여 해당 장면을 매칭 시키는 활동을 먼저 한다. 그런 후에 대본을 보고 맡은 역할대로 읽는다. 중일이의 순서가 되면 소름이 돋는다. 중일이는 너무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친구들은 중일이의 목소리 연기를 즐긴다.

 

 

본문 읽기 부분에서는 제일 먼저 본문을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듣는다. 그런 후에 순서대로 한 파트씩 읽는다. 그다음에 읽기 후 작업으로 독해 정도를 체크한다. 중일이는 이 때도 집중하여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장면이 웃긴다면서 키득댄다. 제발 중일이가 얌전히 좀 있으면 좋겠다. 자신의 말에 친구들이 웃어주면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며 중일이가 낄낄댄다. 아주 피가 솟나 보다. 어쩌면 잠시도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는지.

 

본문 읽기가 끝나면 교과서의 After You Read 파트로 독해를 체크한 후에 학습지를 통하여 독해 문제를 온전한 문장으로 답을 적는 훈련의 과정을 가진다. 일단 학생들에게 자기가 생각한 답을 작성하라고 한다. 그다음에 순서를 맡은 학생들이 교실 앞으로 나와서 칠판에 답을 적는다. 학생들과 함께 답을 살펴보면서 피드백하여 정답을 완성한다.

그날 중일이가 순번대로 맡았던 문제는 6번이었다.

[독해 학습지]

문법 부분(Language Focus) 누구나 싫어하기 때문에, 그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을 동원하여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활용 문제를 풀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체크가 된다. 제대로 이해 못 했다 싶으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한다고 하면,

 

- 저희를 잡으실 작정인가요?

중일이는 눈동자의 흰자위를 보이며 투덜댄다. 중일이가 제일 싫어하는 부분은 문법이다.

"문법은 지름길이야."

- 지름길은 쉬운 길이잖아요?

"지름길이 없다면 너네가 막고 품기 식으로 다 해야 하니 얼마나 고생이 되겠어?"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에요? 그냥 안 배우고 싶어요.

 

그래도 달래 가며 이 부분이 끝나면 Around the World 부분에서 단원과 연관된 다양한 영상을 보고,

[Around the World]

Team project 부분은 모둠으로 해결한다. 이러한 파트에서는 중일이가 다른 모둠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부지런히 뭔가 살펴봐가며 활동에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Review 파트 단원 학습을 끝내고, 미리 받아둔 학습지로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들을 정리한다. 이렇게 한 단원을 마무리하는 데에 1개월 정도 걸린다.

 


하여간 이 단원의 본문 읽기 독해 문제 풀이 과정에서 6번을 맡은 중일이는 이렇게 답을 완성했다. 자세히 보면 손댈 것 없는 정답이다.

 

중일이는 다른 애들과는 좀 다르다. 왜 저렇게 적는 것일까? 나는 저런 중일이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중일이의 브레인은 참 말랑말랑 한 것 같다.

 

[6번 : 중일이의 답]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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