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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의 시대

정월 대보름에~(2)- 먼산이네 가족을 추억하다 고향 마을은 30~40호 남짓 모여 살았다. 김 씨, 하 씨, 차 씨 문중이 주를 이루었고 이 씨, 문 씨, 정 씨도 몇 집 있었다. 맨 윗집은 먼산이네가 살았다. 먼산이는 눈도 어둡고 가는 귀도 먹었다.먼산이네 앞집은 문둥이 정 씨가 살았다. 정 씨는 나병 환자였고 그의 노모는 당달봉사였다. 그 노모나 정 씨를 한 번도 본 적은 없다. 다만 정 씨의 딸 기남이가 새벽 일찍 뒷산 언저리의 샘물을 길으러 나오곤 했다. 그런데 그 정씨네 작은 방에는 저녁마다 마을 남정네들이 모여 키득거리며 놀음판을 벌였다. 때로는 땅문서가 오고 가기도 했단다. 그런데 그건 일도 아니었다.온 동네가 떠나갈 듯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어느 날, 중촌 아지매가 곡을 하듯 소리치기 시작했다. "문둥이를 마을에 두고 사니 이런 난.. 더보기
정월 대보름에~(1)- 찰진 찰밥 VS 고슬고슬한 찰밥 음력 달력을 보지 않으니 정월 대보름인 줄도 몰랐다. 내가 글을 발행할 때마다 바쁘신 가운데도 읽고 댓글까지 달아 주시는 '김별' 작가님이 "정월 대보름, 민속 명절이네요."라고 말해 주셔서 그 때야 실감했다.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만 찰밥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이참에 오곡밥을 대령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걸 사러 나갈 짬이 나지 않았다. 오후 3시였다.나는 그날 오후 3:30분까지 중증환자 아들을 돌보러 가야만 했다. 그래서 서둘러 재래시장으로 갔다.시장 안 떡집에서 오곡밥을 사 올 작정이었다. 종종걸음으로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내가 단골로 다니는 반찬 가게의 매대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오곡밥이 진열되어 있었다. 일단 하나만 샀다가 딸네 것도 하나 더 샀다. 부랴부랴 사 온 오곡밥을 식탁에 올려 두고 아.. 더보기
영수증을 보고 놀란 이유는 바로?(쪽파)- 전업주부 1일 차는 완전 망함! 3. 11.(월), 학교는 최고로 바쁜 한 주간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월요일이었다. 그 달달함을 어떻게 표현하랴? 사실 1월,  2월이 방학이었기 때문에 쉬는 연습이 되어 있긴 했다. 그래도 방학 때 맞이하던 월요일과는 달랐다. 바야흐로 쉼이 시작되던 날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전업 주부가 되었다.  교사에게 3월은 가장 긴장되는 달이다. 새 얼굴, 새 업무에 허둥지둥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세상의 일이란 일을 다하는 느낌이었다. 3월에는 교사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직업이란 생각이 들곤 했었다. 숨 쉴틈이 없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콩을 볶듯 했다. 3월은 그랬다. 지난 3월 1일부터 4박 6일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래서 진정한 쉼은 이번 .. 더보기
집밥의 시대가 찾아왔어!- feat. 노트르 담 드 파리 학교에 근무할 때, 점심시간이 기다려졌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점심 식단을 다 외우고 있을 정도다. 어떤 학급에는 교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식단을 띄워놓기도 한다. 4교시를 마치는 종이 울리면 학생들은 우르르 게시판 쪽으로 달려 나오곤 했다. 다시 한번 게시판에 있는 그날의 식단을 확인하려고...  나는 학교에서 하루에 한 번, 남편 생각이 나곤 했다. 제대로 된 점심을 나만 먹는 것이 미안했다. 급식이 웬만한 식당 메뉴를 뺨칠 정도로 좋았다. 이 학교에서 5년 정도는 점심 식사하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저는 하루에 한 번은 남편 생각을 해요. 점심 식사할 때마다...""저는 급식 먹으러 학교에 와요." 식판에 맛있는 반찬을 챙겨 담으며 동료와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이 학교의 급식이 맛.. 더보기
봉덕 각시 같은 배(살림살이 팁)- 딸기 씻는 법은 112 지난해 추석에 선물용 배가 3 상자나 들어왔다.  날씨가 더워 배가 금방 물러질 것 같았다. 걱정이 됐다. 그렇다고 삼시 세끼 배만 와그작와그작 먹고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배 보관법이 궁금하여 '지식인'을 검색해 봤다.   검색 정보대로 하면 배를 1년이 넘도록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키친타월로 배를 잘 감싼 후에 랩으로 챙챙 감아 두었더니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이번 구정에도 추석 때처럼 간수하여 배를 잘 보관했다. 벌써 보름이나 지났지만 배가 여전히 싱싱하다. 밀봉해 둔 배가 봉덕 각시처럼 앙증맞다.[키친타월로 싼 후에 랩으로 돌돌 말아 보관중인 배, 봉덕 각시처럼 앙증맞다]  지난겨울에 딸기가 막 나오기 시작할 때였다. "겨울에 웬 딸기? 그런데 오살나게 비싸네.""겨울이 딸기 철이잖아요?"".. 더보기
20가지 '모둠쌈 채소', 어때요?- '야채 탈수기'도 필요해요 2012년, 뉴욕 근처, 델라웨어대학에서 진행했던 인턴십 프로그램에 한 달간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홈스테이를 했다.[홈스테이맘/ 홈스테이 맘이 차려주셨던 나의 식탁, 내가 챙겨 갔던 묵은지도 식탁에 올려져 있다.]'홈스테이맘'은 백발의 할머니였다. 그러나 운전도, 요리도 다 잘하셨다. 그분은 베지테리언이었다. 그래서 늘 유기농 야채 가게에서 다양한 채소를 사 오셨다. 매일 이런 식단으로 식사를 한다고 했더니 다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던 동료들이 나를 몹시 부러워했었다. 그냥 빵과 버터 등 느끼한 요리로 식사를 하던 그들은 나의 웰빙 식단을 먹어보고 싶어서 내가 머물던 집에 놀러 오기도 했다.[홈스테이맘의 반려견과 함께 라이딩 중]홈스테이맘은 베지테리언이었지만 반려견과 나에게는 고기를 챙겨주셨다. 나.. 더보기
칭찬은 쪽파 김치를 또다시 담그게 한다- 소갈비 양념장이 생겼다 퇴임한 후에 서서히 요리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우연히 샀던 쪽파로 담갔던 쪽파 김치는 히트를 쳤다. 파)>라는 브런치 글은 조회수 폭발이었다. 그것뿐만 아니었다. 딸내미가 그 쪽파 김치를 참 맛있게 먹었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8만 회를 육박하는 조회수 / 딸내미가 보내온 카톡]  https://brunch.co.kr/@mrschas/458영수증을 보고 놀란 이유는 바로?(쪽파)- 전업주부 1일 차는 완전 망함! | 3. 11.(월), 학교는 최고로 바쁜 한 주간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월요일이었다. 그 달달함을 어떻게 표현하랴? 사실 1월, 2월이brunch.co.kr/@mrschas/458   쪽파 김치를 담그면서 동시에 곁들여 만들었던 '꽈리고추 멸치볶음'의 .. 더보기
하필, 김값이 금값일 때- 캘리포니아롤 김밥을 만들었다 딸내미가 해준 칭찬으로 쪽파 김치를 또다시 담갔다. 그다음 요리도 이미 계획해 두었다. 바로 김밥이었다. 그러나 그 흔한 김밥이 아니었다. 이름하여 캘리포니아롤 김밥이란 것이다. 매주 반찬가게에서 딸내미네와 우리는 김밥을 한 팩씩 산다. 일요일 점심을, 교회 성도들과 맛집 투어를 하며 제대로 먹기 때문에, 저녁은 간단하게 끝내려는 심산이다. 그런데 이번 주는 김밥을 반찬가게에서 사는 대신에 내가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게는 '김치 소고기 김밥'과 '캘리포니아롤 김밥'에 대한 추억이 있다.  어느 해였던가? 시아버님이 우리 집에 오셨다가 시골로 내려가실 때였다. 시아버님은 출타하셨다가 끼니때가 되어도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시는 분이었다. 한 푼이라도 아껴 자식들을 교육시키시겠다는 맘에서였다. 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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