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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기묘한 win-win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 사고 이후는 지난한 발자국을 찍어내는 나날이었다. 생때같은 자식이 하루아침에 죽은 사람처럼 누워버렸으니 말이다. 아들이 당한 사고는 단언컨대 청천벽력이었다. 그날 이후, 삶은 딴 세상에서 사는 것 같았다. 마치 먹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았다. 예기치 않은 사고나 사건을 만나는 것에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고가 닥쳤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천차만별일 것 같다. 우리 부부는 '현실'과 '사고'를 양발 걸치기하듯 적절하게 배분하여 받아들였다. 우리는 슬픔을 안은 채로 묵묵히 일상을 헤쳐 나갔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아들을 품고 사는 삶은 마치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묶고 걷는 것처럼 더뎠고 힘겨웠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웃으며 지내려고.. 더보기
고소 & 달달 토요일 오후 토요일 오후에 우리는 옴짝달싹 할 수 없다. 아들을 침상 목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의 단톡방에 지인 '부부 모임' 공지가 올라왔다고 했다. 모임 일시는 토요일 오후였다. 나는 목욕시키는 일에 메인 역할이라 빠질 수 없으니 남편만 가라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난 당신을 많이 의지하나 봐. 당신도 함께 가면 좋겠어." 남편이 그 모임에 나를 대동하고 싶어 했다. '의지'라는 단어가 마음에 확 꽂혔다. 그래서 갈등이 됐다. 그냥 남편 혼자 그곳에 다녀오면 좋겠다는 것이 내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바람을 쐴 겸 나와 함께 외출을 하겠다는 남편의 맘도 이해됐다. 그러면 토요일 오후에 해오던 아들의 목욕시키는 일을 오전 시간대로 옮겨야 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아들을 목욕시킨다.. 더보기
명절 독박 "가는 날이 장날이고(곡하는 날이 장삿 날이다) 아픈 날이 명절이다." 어머니는 명절이면 여지없이 드러누우셨다. 그러시면서 저런 말씀을 종종 하셨다. "지글, 지글!" 명절 전날, 동네는 요리하는 소리가 가득했고 맛있는 기름 냄새도 풍겼다. 그러나 우리 집은 아니었다. "이 집은 명절 음식도 안 하고..." 당숙모네 감꽃을 지푸라기에 끼워 목걸이를 만들며 놀았다. 추석이 되면 감나무에 단감이 탐스럽게 열렸다. 추석 전날이면 언제나 당숙모는 단감을 한 소쿠리 담아 우리 집에 오시곤 했다. 그리고는 혀를 끌끌 차시며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우리 집안을 둘러보셨다. 명절 전 날, 밤늦도록 우리는 돈을 셌다. 마대 포대에 담긴 돈을 방바닥에 쏟아붓고 돈을 정리했다. 명절 대목이면 어머니의 신발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 더보기
40. 실용실안을 뺨칠 간병 용품 퍼레이드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 :"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가 했던 유명한 말이다. "하루라도 바느질을 하지 않으면 손바닥이 간지럽다."라고 바느질을 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내가 하는 말이다. 내가 바느질했던 실의 길이는 지구를 한 바퀴쯤은 휘감을 정도다. 그런데 정작 나는 바느질 쟁이가 아니다. 미싱을 배운 적이 없으므로 요령껏 직진으로 운전하듯이 앞으로만 박음질할 뿐이다. 손 바느질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 때문이다. 나이 23세에, 자전거 사고로 하루아침에 정신을 잃고 소통 제로의 상태가 됐다. 아들을 돌보는 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손이 많이 간다. 마음이 아프고 힘이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머.. 더보기
16. 'N잡러'입니다 몇 가지의 일을 하며 사시나요? 제가 하는 일은 한둘이 아니라 N개입니다. 여럿을 의미하는 N을 사용하여 ‘N 잡러(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제가 하는 N개의 일을 나열해 보면서 잠시 쉬어 볼까 합니다. @ 저는 중학교 영어 교사입니다. 교사는 학교에서 ‘눈썹을 휘날릴 정도’로 바쁩니다. 물론 방학이나 주말, 그리고 휴일이 있긴 하지만, 교재 연구와 시험 문항 개발, 성적 처리, 맡은 업무 등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엄연한 직장입니다. @ 저는 교회 담임 목사의 사모입니다.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는 일 외에는 교회 일에 목사님과 함께 동역하며 일합니다. 성도들을 섬기고 챙기는 일을 합니다. 미자립교회이긴 하지만 잔손 가는 일이 참 많습니다. @.. 더보기
13)병원 노마드 생활을 해봤습니다 동료 교사가 식중독으로 입원한 아들을 간병하기 위해 병원에서 밤을 새웠다는 말을 했다. "밤새 한 숨도 못 잤어요. 병실 보호자 침대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은 할 짓이 못되네요. 이런 생활은 며칠만 해도 병날 것 같아요." "그 심정을 제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합니다." 그분이 간밤에 어떻게 보냈을지 나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만 6년 동안 중증 환자인 아들과 병원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실 상황을 훤히 알 정도다. 그곳에서 지냈던 모든 일들이 또렷이 생각난다. 우리가 병원에서 보냈던 시간이 하룻밤의 꿈처럼 아련하다. 매주 금요일에 퇴근하면, 나는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병원으로 향했다. 간병인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유급 휴가를 주었다. 그래서 금요일 밤에는 간병인을 대신하여.. 더보기
11. 톱니바퀴 사랑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린 듯하다. 남편과 나는 모든 면에서 잘 맞지 않는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린 듯하다. 그 원인은 아무래도 맞선 보는 당일에 결혼식 날짜를 잡아서 그랬을 것이다. ‘서로가 사랑했고 서로가 배반했다.’ 이런 시(詩)가 있었던 것 같다. 결혼 전까지 몇 번의 사랑을 했고 또한 실패도 했다. 누군가의 등쌀에 떠밀려 소위 맞선이란 걸 봤었고 지긋한 일상이나 피해 보려고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금의 시누이 남편이 딱 한 번만 자기 처남을 만나보라 하여 날치기 맞선을 봤다. 바로 다음 날에 결혼 날짜를 잡기로 해둔 상태여서 지금의 남편과는 맞선 당일에 결혼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다. 결혼 날짜는 3개월 후인 12월로 정했다. 그는 매일 한 통씩 편지를 보내왔다. 나는 한 번도 그 편지를 .. 더보기
9. 명절 독박~ "가는 날이 장날이고(곡하는 날이 장삿 날이다) 아픈 날이 명절이다." 어머니는 명절이면 여지없이 드러누우셨다. 그러시면서 저런 말씀을 종종 하셨다. "지글, 지글!" 명전 전날, 동네는 요리하는 소리가 가득했고 맛있는 기름 냄새도 풍겼다. 그러나 우리 집은 아니었다. "이 집은 명절 음식도 안 하고..." 당숙모네 감꽃을 지푸라기에 끼워 목걸이를 만들며 놀았다. 추석이 되면 감나무에 단감이 탐스럽게 열렸다. 추석 전날이면 언제나 당숙모는 단감을 한 소쿠리 담아 우리 집에 오시곤 했다. 그리고는 혀를 끌끌 차시며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우리 집안을 둘러보셨다. 명절 전 날, 밤늦도록 우리는 돈을 셌다. 마대 포대에 담긴 돈을 방바닥에 쏟아붓고 돈을 정리했다. 명절 대목이면 어머니의 신발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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