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지 썸네일형 리스트형 병상 일지 병상일지 날이 밝았다. 남편은 이미 아들에게로 갔나 보다. 베란다 통유리 창으로 무더위가 꺾인 가을 하늘이 성큼 들어선다. 나들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이제 나는, 언제라도 집을 나설 수 있는 은퇴자다. 그러나 아무 때나 그럴 수가 없는 신세다. 남편의 실내화가 중문 앞에 얌전히 놓여있다. 그는 매일 그렇게 삶의 바다에 뛰어든다. 그의 아침은 견과류, 구운 달걀, 과일, 찐 감자, 누룽지 등이다. 아무튼, 그는 이 동네의 ‘칸트’라 불릴 정도로 일정한 시간에 집을 나선다. 마치 시계추처럼. 올해 초에 정년 퇴임한 나는, 아침 시간에 이제 서두를 필요가 없다. 리모컨을 집어 들며 유유자적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것이 퇴임 이후에 가장 두드러진 행복 포인트다. 아침 식사를 끝냈다. 커피 향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