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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降等)
깃발 휘날리며 잘 나갔던 분이
정년퇴직 후에 더 바쁘다며 아우성이다
알고 보니, 할머니가 되어
밤낮 주야로 손주를 보신단다
앞에서 세상을 당기며 끌던 일 대신에
뒤에서 밀어주고
깃발이나 흔들며
손뼉 쳐 주는 일로 바쁘시단다
주전 선수라는 이름표 떼고
손주들의 코치가 되어
웃픈 시간을 보낸다고 너스레다
세대가 바뀌는 칩이 내장되어
그렇게 굴러가는 시스템이다
인생이란 게 그렇다
백의 종군, 관중되어 삑사리로 응원하니
"할머니, 시끄러워!"라는 핀잔을 듣는다
존재의 무가치라고 저울이 외친다
그래도 무뎌진 감각이 서러운 줄도 모른다
추상같은 호통을 치면
모두가 떨던 때도 있었건만
지나간 것은
한 때 불었던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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