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의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뵈러 1년에 한 번 정도 시간을 내곤 한다. 바쁜 일상에다 거리가 멀어서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엄두가 잘 나지 않았다. 진주까지 간 김에 대구에 사는 여동생에게 들러 얼굴을 보곤 했다.
2박 3일의 스케줄은 보기에 뜨악하기부터 했다.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등산할 때 산 정상을 목표로 삼으면 지레 질리는 법이다. 조금씩 걷다 보면 정상이 다다르게 된다.
한 걸음씩 차분히 일정을 잘 소화해 낼 작정이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巡訪) 길에 오른다, '라는 말을 한다. 우리의 이번 여정도 마치 순방(巡訪) 길에 오르는 듯할 것 같았다. 이런 스케줄로 몇 번 다녀온 적이 있기 때문에 가늠이 됐다.
아들이 자전거 사고를 당하여 사경을 헤맬 때 PTSD 증상이 왔었다.
방문을 닫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반드시 불을 켜놓고 자야만 했다. 또한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운전을 끊었다. 12년째 운전을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영원히 운전을 하지 않을 참이다.
남편은 다행히 운전을 하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운전을 했었다. 그런데 아들의 사고 이후로 남편도 운전하는 것을 꺼렸다. 웬만하면 택시를 이용했다.
남편은 장거리 운전은 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진주, 그 천리길을 KTX를 타고 갔다. 그런데 짧은 여정 가운데 KTX를 타고 가는 시간만 해도 4시간 정도인 것을 우린 참을 수가 없었다. 바쁜 우리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넌센스라고 여겨졌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진주, 울산, 광주 등에 갈 일이 있으면 비행기를 이용한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만 가면 곧바로 김포공항이 있어서 국내선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진주에 가기 한 달 전부터 항공권을 예약했고 KTX 승차권도 무사히 구입해 두었다.
우리의 일정은, 비행기로 진주에 가서 1박 한 후에 KTX로 대구에 가는 것이었다. 거기서 또 1박을 한 후에 KTX로 서울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 숨 막혔던 일정을 다음 회부터 풀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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