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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마지막 스승의 날에도 들판에서 나물을 캐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 소쿠리에 담긴 나물을 굳이 뒤집어 부풀렸다. 부피가 많아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야 칭찬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물을 그만 캐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하필 발밑에 싱싱한 나물이 눈에 띄곤 했다. 그러면 논두렁에 앉아서 나물을 더 캤다. "꼭 집에 가려고 할 때면 나물이 더 많이 보이네." 조무래기들은 돌아가던 길을 멈추고 허겁지겁 다시 나물을 캐곤 했다. 그러면 이내 사방이 어둑해졌다. "원래 그런 기라. 집에 갈라카마 좋은 기 더 마이 보이는 기라." 할머니는 소쿠리에 가득 담긴 나물을 받아 들며 말씀하셨다. 그것이 잘했다는 칭찬으로 들렸다. 50여 일 정도 수업을 하고 나면 나는 교직을 떠난다. 요즘 들어 부쩍 학생들이 .. 더보기
교사의 행복 파릇한 풀잎 같은 학생들과 보내는 오월은 행복 그 자체다. 올 해도 오월의 신록이 햇살을 머금고 우리에게 희망의 몸짓을 하듯 우리 학교 학생들은 그들의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지난 '스승의 날'에 받은 손편지의 전문이다.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3학년 ㅇㅇ이에요! 절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ㅠㅠ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 ♡♡ 작년에 선생님 수업을 너무 재미있게 들어서 요즘도 선생님 수업이 자꾸 그리워져요... 가만히 앉아서 수업하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는 저였지만 선생님의 영어 수업은 항상 기다려졌어요. 제가 비록 성적이 좋았거나 영어를 매우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저에게도 항상 상냥하신 선생님은, 선생님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되었어요♡ 요즘 선생님을 자주 못 뵈는데 가끔.. 더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26】내 생의 마지막 '스승의 날' 들판에서 나물을 캐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 소쿠리에 담긴 나물을 굳이 뒤집어 부풀렸다. 부피가 많아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야 칭찬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물을 그만 캐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하필 발밑에 싱싱한 나물이 눈에 띄곤 했다. 그러면 논두렁에 앉아서 나물을 더 캤다. "꼭 집에 가려고 할 때면 나물이 더 많이 보이네." 조무래기들은 돌아가던 길을 멈추고 허겁지겁 다시 나물을 캐곤 했다. 그러면 이내 사방이 어둑해졌다. "원래 그런 기라. 집에 갈라카마 좋은 기 더 마이 보이는 기라." 할머니는 소쿠리에 가득 담긴 나물을 받아 들며 말씀하셨다. 그것이 잘했다는 칭찬으로 들렸다. 50여 일 정도 수업을 하고 나면 나는 교직을 떠난다. 요즘 들어 부쩍 학생들이 .. 더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1】너, 나 좋아해? 중일이네 교실에 들어가면, 한 사람이 앉아 있는 것처럼 조용하다. 수업 시작하기 2분 전에 울리는 예비령에, 학생들은 영어책과 학습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각자의 자리에 앉아있다. 오래전에 방영되었던 개그 콘서트의 처럼 "모두 제 자리에 앉아!" 이런 말은 필요 없다. 준비된 수업을, 보따리 풀어놓듯이 시작하면 된다. 중일이는 그 반의 영어 부장이다. 올해 첫 수업시간에 영어 부장을 뽑았기 때문에 중일이가 어떻게 영어 부장이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중일이는 너무 나댄다. 그런다고 해도 중일이가 자기가 해야 할 영어 부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썩 잘하는 편도 아니다. 하여간 중일이는 영어 부장이라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는 듯하다. 반 친구들한테 자기가 큰 감투를 쓴 것처럼 거들먹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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