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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병상 일지 병상일지 날이 밝았다. 남편은 이미 아들에게로 갔나 보다. 베란다 통유리 창으로 무더위가 꺾인 가을 하늘이 성큼 들어선다. 나들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이제 나는, 언제라도 집을 나설 수 있는 은퇴자다. 그러나 아무 때나 그럴 수가 없는 신세다. 남편의 실내화가 중문 앞에 얌전히 놓여있다. 그는 매일 그렇게  삶의 바다에 뛰어든다. 그의 아침은 견과류, 구운 달걀, 과일, 찐 감자, 누룽지 등이다. 아무튼, 그는 이 동네의 ‘칸트’라 불릴 정도로 일정한 시간에 집을 나선다. 마치 시계추처럼. 올해 초에 정년 퇴임한 나는, 아침 시간에 이제 서두를 필요가 없다. 리모컨을 집어 들며 유유자적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것이 퇴임 이후에 가장 두드러진 행복 포인트다. 아침 식사를 끝냈다. 커피 향을.. 더보기
엄마가 아들에게, 그리고 아들이... 아들에게 아들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하나뿐인 아들아,너는 11년 동안이나 몸져누워 있구나.지금 내가 바로 '욥'*의 엄마와 같은 심정이라면 너는 알까? 오늘도 '옛적의 너'를 그리워하며 하루를 보낸다.그런 너를 품고 가는 나날은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네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염없이 땀만 흘릴 때면 자장가를 부르게 되더라.너만을 위한 자장가를... 자장, 자장 우리 아기~꼬꼬 닭아, 우지 마라!멍멍 개야, 짖지 마라!은을 준들 너를 사며,금을 준들 너를 사랴?천에 하나, 만에 하나귀하고 귀한 우리 아기,온 세상을 준다 해도너와 바꿀쏘냐?자장, 자장 우리 아기~잘도 잔다. 잘도 자네~ 서른도 훌쩍 넘은 너를 갓 태어난 아기 재우듯 어르는 마음이 참 기막힌다. 아들아,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더보기
26. '아이디어'로운 간병생활 그날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신이 났었다. 출근을 하지 않고 포항행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 기분이 참 묘하고도 좋았다. 전날 밤에 부재중 통화 내역이 한가득이었다. 아들이 머리 수술을 했다고,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던 딸이 연락을 계속 시도했던 것이다. 아침에야 딸과 통화가 되었고 아들이 자전거에서 넘어졌다고 했다. - 자전거에 넘어졌는데, 뭐. - 그래, 무슨 큰 일이야 있겠어? - 다리나 팔을 다치지 않고 머리를 다쳤네? 그럴 수도 있겠네. - 짜식ㅠㅠ 겁도 많은 데 많이 놀랐겠네 - 아깝다! 며칠 전에 멋 낸다고 파마했던데? 수술한다고 삭발했겠네. - 수술은 잘 됐겠지? - 요즘은 의술이 좋아서 간도 뗐다 붙였다 하는데, 뭐. 중환자실에 들어가니 머리를 붕대로 칭칭 감고 오른쪽 눈두덩이는 숯검댕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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