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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모두들 숨이 멎을 것 같았어요 지난해 가르쳤던 E는 '함구증'이었던 것 같다. 1년간 그 학생이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모둠별 과제에 동참하고 수업시간에 집중도 잘했다. 졸지도 않았다. 학습지 과제나 교과서의 빈칸을 채우는 걸 보면 수업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의 수업은, 모든 학생들이 예외 없이 순서대로 발표를 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E의 순서가 되면 학생들은 조용해진다. 나는 E가 잘 해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가령 대화를 듣고 답을 체크하거나 선다형 문제 등을 하도록 한다. 그럴 때마다 E는 손가락으로 정답을 가리켰다. 학생들은 그런 E를 놀리지 않았다. 대신에 E가 답을 잘 맞히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와우~ 워얼~" 그럴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모둠별 수행 평가 때였다. 모.. 더보기
17. 학교를 덮친 코로나 # 비대면 종업식날 감동하다 종업식날이었다. 학교에는 학생이 없었다. 비대면으로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일과 후에 몇 명의 학생들이 교무실에 들어왔다. 사탕, 초콜릿을 담은 쇼핑백을 들고 포스트잇이 잔뜩 붙은 롤링페이퍼를 들고 왔다. 갑자기 내 몸에서 행복 호르몬이라는 도파민이 솟아나는 듯했다. 2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것은 2년간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학교가 이겼노라고 승전고를 울리는 듯했다. 내가 가르치는 학급의 학생들이 각 과목 선생님들께 자신들의 감사한 맘들을 적어서 마무리하는 대면 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 “처음에 영어가 재미없었는데 수업을 들을수록 흥미가 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ㅇ현 드림 정ㅇ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업 시간에 점점 교사와 눈을 맞.. 더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2】 칠판에 답 쓰는 활동 중일이네 영어 수업 풍경은 매 시간마다 다양하다. 가장 큰 특징은, 모든 학생이 예외 없이 자신의 발표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수업 일지에는 다음 수업시간에 발표를 할 차례가 누구인지 적혀 있다. 처음에는 자기의 순서가 되면 쑥스러워했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수업시간에 교사의 목소리보다는 다양한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수업이 덜 지루하다. 학생 중에는, 영어 보컬(영어의 발성법은 한국어 발성법과 다름)로 영어를 읽기도 한다. 그러면 절대로 칭찬을 빼놓지 않는다. "어, 원어민인 줄? 너 목소리가 영어 보컬이네?" 어떤 학생은 원어민 같은 억양과 발음으로 읽는다. "너 혹시 해외에서 산 적 있어? 완전 원어민인데?" 또 어떤 학생은 한글을 읽듯이 읽는데도 자신감이 뿜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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