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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동차를 없앴습니다- 나의 퇴임에 맞추어 떠난 사람과 그의 애마 나는 운전을 늦게 시작했다. 별명은 '차가이버'인데 아이러니하게 운전하는 것은 싫었다. 나의 성씨가 차(車)이고 뭔가를 잘 고친다고 사람들이 붙여준 것이다. 좌우지간, 운전을 하지 않고 평생을 지내고 싶었다. 그냥 기사님 모시고 사는 사모님이고 싶었다. 나는 고작 4년 정도 운전했다. 그즈음에 아들이 대학 내에서 자전거에 넘어져 엄청난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남편은 몇 번이나 정신을 잃었다. 나도 처음에는 다리에 힘이 빠지고 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정신을 차렸다.아들이 당한 사고 때문에 내게 온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은 3가지였다.방문을 닫을 수 없었다. 문을 닫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불을 켠 채 자야 했다. 컴컴하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더보기
학교를 영영 떠날 결심- 마음이 좀 그렇네요 벌써 눈에 선하다. 학교 옆 그 뚝방길이...뚝방길에 흩날리던 벚꽃은 제철보다 일찍 내 맘속에 활짝 폈다. 뚝방길 근처에 있던 학교에는 꽃처럼 아름다운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이 벌써 그립다. 만나면 비타민처럼 톡 쏘는 미소로 인사하던 학생들... 그들은 내가 없어도 그 웃음 그대로 흩날리며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고 있으리라. 모두들 정신없겠지. 예년 같았으면 나도 이맘때쯤에 무척 바빴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평일인데도 출근하지 않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학교 옆 '꽃마루'는 사시사철 손짓을 해댔다.그러나 앞으로는 그곳에 가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누군가를 마주칠 것 같아서... 어떻게 그 학생들을 멀거니 마주 할 수 있겠는가? 꽃마루는 그랬다.봄에는 유채꽃 향이 교실 안으로 풍겨 .. 더보기
2월은 정겨운 선물의 계절이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다니! 학교의 2월은 서로 온정을 주고받는 계절이다.이별의 아픔이 있지만 보내기 섭섭하여 맘에 담은 자그마한 선물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학교 풍습이 있다. 나도 매년 이맘때쯤이 되면 헤어지는 선생님들께 작은 것이라도 선물을 전하곤 했다.그런데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 되곤 했다. [내가 직접 출시한 폰트로 입력한 글]그래서 몇 번은 이별의 메시지를 폰트로 입력하여 출력한 적도 있다.그것을 선물에 하나씩 붙였다. 내가 그렇게 하는 반면에 나는, 대체적으로 손글씨로 쓴 편지를 받았다.그럴 때는 늘 빚진 기분이 들곤 했다. 헤어질 때 비로소 속 마음을 전하는선생님들이 대단해 보였다.  바쁜 학년말인데도 한 분 한 분을 기억하며 편지를 쓰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맞춤형으로 선물을 챙겨주는 그분들의 경지를 나는 도저히.. 더보기
몸속은 울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손은 작고 보드라웠다 지난달에 교직원 송별회가 있었다.우리 학교는 송별회 때 퇴임식도 겸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우리 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어 한다. 학교를 이동할 때 필요한 내신 점수를 산출하면 아무래도 고경력자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이 든 교사가 몰리는 우리 학교에서는 퇴임식이 매 학기마다 있다. 우리 학교를 '퇴임교'라고 우스갯소리로 일컫는 분들도 있다. 올해만 해도 정년 퇴임 3명,  명예 퇴임 5명, 총 8명이 우리 학교에서 퇴임을 맞았다.  지난해 8월에, 나는 이미 정년 퇴임을 했다.그런데 바로 이어서 내가 맡았던 자리에서 6개월 동안 기간제로 더 근무했다. 그리고 이제는 마침내 정든 학교에서 물러나야 했다.  퇴임하는 분들에 앞서, 다른 학교로 이동하거나 학교를 떠나는 분들이 한분씩 송별 인사를 했.. 더보기
송별 선물, '노트르 담 드 파리' 뮤지컬 관람- 동료들과 함께여서 더욱 좋았더라 겨울 방학이 시작되기 전부터 알림을 받았다. 2월 말, 송별회를 앞둔 하루 전날에 뮤지컬을 본다고... 학교 업무 부서 부장단들의 해단식으로 마련한 이벤트였다. 그 자리에 퇴임을 맞는 우리들도 초대되었다. 참 오랜만에 보는 뮤지컬이라 일단 맘이 설렜다.  내가 처음으로 감상한 오페라는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이었다. 오페라의 장엄하고 웅장함에 감동을 받은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돈이 아깝지 않다." 라고 했었다. 그래서 가족들을 이끌고 '예술의 전당'에 한 번 더 간 적이 있다. '예술의 전당'이란 곳을 경험해 보게 하고 싶은 맘이었다. 지하철을 갈아타며 고생하여 갔던 그 뮤지컬은 어린 자녀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고 남편도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라는 뮤지컬이었는데 우리 가족 누구에게.. 더보기
짐을 꾸리며- 사탕을 드렸습니다 교사는 매년 '미니 이사'를 한다.  한마디로 책상의 짐을 꾸린다. 다른 교무실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5년 만에 한 번씩 다른 학교로 옮긴다. 그래서 짐 꾸리는 데는 이력이 나 있다. 어떤 때는 내 자리로 동료가 일찌감치 짐을 챙겨 밀고 들어오기도 한다. 그럴 때는 후딱 짐을 빼주어야 한다. 이번에는 아예 교직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퇴임 짐을 꾸렸다. 먼저 학교에 반납해야 할 것을 챙겼다.  코로나 때문에 앞당겨진 ICT 기반 수업, 그걸 하기 위한 장비들이 만만치 않았다. 웹캠은 컴퓨터 모니터에 그대로 부착해 두면 된단다. 이어캡, 삼각대(수업장면 녹화용), 노트북 등을 반납해야 했다. 그중에 카메라 삼각대는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원격 수업 초기에, 교사는 학생 없이 혼자 수업하여 그 장면을.. 더보기
미용실 풍경화- 별의별 사연이 다 있어요 일 년에 고작 두어 번 미용실에 간다. 나는 주로 세팅파마를 한다. 20년이 넘도록 그렇게 헤어스타일을 관리해오고 있다. 그게 바쁜 내게는 딱이었다. 파마를 한 후에 다시 미용실에 들를 때까지 웨이브가 자연스럽게 살아있다. 그래서 급하게 미용실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좋았다. 나의 헤어스타일은 늘 거기서 거기였다. 기분에 따라 머리 기장을 정리하러 중간에 미용실에 들를 때가 있긴 하다.  방학 끝무렵에 미용실에 들러 세팅파마를 하는 것이 개학을 준비하는 과정 중의 하나였다.그런데 이번에는 마음이 사뭇 달랐다. 미루고 미루었다가 개학 전 날에 미용실에 갔다. "이번에는 세팅파마 말고 일반 파마로 해주세요.""아, 그러세요?""머리에 잔뜩 힘을 주고 싶어요. 발랄하게.""변화를 주고 싶으시군요.""정.. 더보기
눈길 닿는 곳마다 애잔합니다- 시(詩)를 읽었던 화장실마저 그리울 듯 오늘, 23학년도 종업식과 졸업식이 있었다. 그리고 이임식도 있었다. 나는 퇴임교사라 작별 인사를 하는 대열에 서 있었다. 일곱 분의 교사가 정·퇴 혹은 명·퇴를 했다. 사람마다 내일을 맞이하는 마음이 다른 법이다. 퇴임식에 서 있는 그분들의 내일은 여느 사람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오늘, 바로 이 날이 내 교직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마땅한 말이 없었다. 긴장하며 잠시 들렀던 화장실에서 늘 봤던 시(詩)가 내게 인사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두 편의 시(詩)를 남겨두고 교정을 떠나야만 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애잔했다. 남몰래 시(詩)에게 안녕을 고했다. 이 화장실을 4년째 사용했었다. 화장실, 그곳에 가면 그 시(詩)를 읽곤 했다. 여기서 7년간 재직했지만 다른 교무실을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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