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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각색의 삶을 빚다

동태전 말고 황태전~- 황태전에 곁들인 '배, 나박 깍두기' 명절만 되면 '명절 독박'으로 살아왔다. 결혼 후 종갓집 맏며느리라 그랬다. 그러다가 12년 전부터는 중증환자 아들을  간병해야 하므로 명절이 평상시보다 힘들었다. 왜냐하면 명절이 되면 간병을 내려놓고 귀성길에 오르는 간병인이나 활보쌤이 있어서 그 빈자리를 내가 땜빵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아들을 돌보는 활보쌤들이 자신의 파트에 정상 근무한단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명절 연휴 내내 아들 간병을 완전히 내려놓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달부터 새로 근무하게 된 활보쌤이 한 분 있다. 그분이 간병하는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 지켜보며 함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명절 휴가 사흘(금, 토, 일) 동안 나는 아들이 있는 본가에 들러야 한다. 오후 1시부터 7시까지(6시간)는 그 활보쌤을 도와야.. 더보기
'최애 반찬'을 알게 되다- 청양고추로 치른 대환장 파티 A 집사님이 청양고추를 두 자루나 챙겨 왔다. 그것도 우리가 평소에 봤던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가 아니었다. 일반 청양고추보다 서너 배나 크고 토실토실한 고추였다. A 집사님네 조카가 텃밭을 가꾸는데 농사짓기는 좋아하고 수확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단다. 그래서 A 집사님이 서리가 내리기 전에 고추를 양껏 땄단다.  헉, 이를 어쩐다? 나는 단 한 번도 청양고추를 먹어본 적이 없다. 반찬 속에 있는 청양고추 마저 살살 골라내고 먹는다. 나는 그 정도라 치고 남편은 아예 매운 것은 칠색팔색한다. 남편은 '고추'라는 말만 들어도 땀이 나는 사람이다. 색깔이 빨간 음식을 보기만 해도 얼굴이 붉어진다. 그래서 우린 청양고추가 필요 없다. 지금껏 청양고추를 사본 적이 없다. 먹어본 적도 없다. 저렇게 많은 청양고추를 .. 더보기
기묘한 'win-win'- 천사와 손을 잡고 산다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것은 한순간이었다.그 사고 이후는 지난한 발자국을 찍어내는 나날이었다. 생때같은 자식이 하루아침에 죽은 사람처럼 누워버렸으니 말이다. 아들이 당한 사고는 단언컨대 청천벽력이었다. 그날 이후, 삶은 딴 세상에서 사는 것 같았다. 마치 먹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았다. 예기치 않은 사고나 사건을 만나는 것에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고가 닥쳤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천차만별일 것 같다. 우리 부부는 '현실'과 '사고'를 양발 걸치기하듯 적절하게 배분하여 받아들였다. 우리는 슬픔을 안은 채로 묵묵히 일상을 헤쳐 나갔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아들을 품고 사는 삶은 마치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묶고 걷는 것처럼 더뎠고 힘겨웠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웃으며 지내려고.. 더보기
고소&달달, 토요일 오후 타임- 만끽했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우리는 옴짝달싹 할 수 없다. 아들을 침상 목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의 단톡방에 지인 '부부 모임' 공지가 올라왔다고 했다. 모임 일시는 토요일 오후였다. 나는 목욕시키는 일에 메인 역할이라 빠질 수 없으니 남편만 가라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난 당신을 많이 의지하나 봐. 당신도 함께 가면 좋겠어." 남편이 그 모임에 나를 대동하고 싶어 했다. '의지'라는 단어가 마음에 확 꽂혔다. 그래서 갈등이 됐다. 그냥 남편 혼자 그곳에 다녀오면 좋겠다는 것이 내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바람을 쐴 겸 나와 함께 외출을 하겠다는 남편의 맘도 이해됐다. 그러면 토요일 오후에 해오던 아들의 목욕시키는 일을 오전 시간대로 옮겨야 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아들을 목욕시킨.. 더보기
찾으면 찾으리라?- 그걸 찾으려고 인터넷 서핑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도대체 이것의 이름이 뭘까? 이것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남편도 모른다. 활동보조사들도 모른다.  이것을 비상용으로 하나 더 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도대체 정확한 이름을 몰라서 구할 수가 없었다. 어디서 본 것 같으나 무엇에 쓰인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이름을 알아야 검색할 수 있잖은가?  이것은 중중환자인 아들의 뱃줄에 끼워 두는 것이다. 식사가 주입될 때는 사진과 같이 해 둔다. 식사가 끝나면 뱃줄을 그 옆 좁은 구멍 쪽으로 밀어 둔다. 그러면 투여했던 식사가 역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찮아 보이지만 아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클립~집게~플라스틱 클램트~플라스틱 클립~미니 클립~굵은 곳으로 치웠다가 좁은 곳으로 하는 클립~구멍 크기가 서로 다른 클립~과자 봉지 집게~ 저런 검색어를 입.. 더보기
푸르른 날이었다! 눈이 부시게~- 아들이 위루관 교체 시술하는 날~ '잠시 동안 하는 일종의 비행이야, 잘 넘기면 돼~' 이렇게 생각하니 한결 맘이 편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제발 별일 없기를...   가을이 오면 우리 부부는 서서히 긴장된다. 투병 중인 아들이 연례행사처럼 위루관 교체 시술을 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아들은 한순간의 사고로 중증환자가 되었다. 11년째 목숨만 붙어있을 뿐이다.  푹푹 찌는 듯한 더위도 한 풀 꺾였다. 그 전날 비가 잔뜩 내렸다. 비 개인 다음 날의 하늘이라 눈이 시릴 정도였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푸르른 날이었다. 그다음 날도 비 예보가 있었다. 병원 가는 날만 맑았다. 날씨는 일단 끝내줬다. 시술 전날 저녁 식사 이후부터 아들의 단식이 시작됐다.아들은 환자용 경구식으로 식사를 대신해 오고 있다. 와상 환자는 식사를 최소한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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