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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12. 응답하라! 첫사랑 학교 가는 길은 멀었다 [출처:합천 문화재청] 왕따 나무 나의 고향은 합천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 자락에 있다. 윗마을은 솔악골, 묵촌이 있고 매일 해가 넘어가던 곳에는 독골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아랫마을에는 구정리와 장터가 있고 야성강을 건너서 구장터에 이르면 샛길도 있었다. 야로의 명물 ‘왕따 나무’가 있는 곳을 지나면 핏물 얼룩이 말라붙어 있는 샘이 있었다. 도살장이 있던 곳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핏물이 씻겨져 내리고 황소 귀신이 마치 머리채를 잡아채는 듯 섬찟하고 무서웠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은 멋모르고 신비한 세상으로 끌려가는 꼴이었다. 일상이 바빴던 부모님은 나를 데리고 입학식에 갈 수 없었다. 옆집에 사는 웃터 아재가 어차피 자기 아들, 기철이를 입학시키러 가는 김에 나까지 데려갔다. 왼.. 더보기
(1) 기와집 인간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기억을 어디 쯤 에서 부터 해낼 수 있을까? 내 유년의 끄트머리까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가장 아득한 곳에서 떠오르는 기억은 이것이다. 우리 집의 초가 지붕을 기와로 개량하던 날이었다. 아마도 내가 너댓 살 쯤이었던 것 같다. 가난이 뭔지? 인생이 뭔지? 그런 것에 대해 알지도 못하던 때였다. 기와를 이는 그날은 기분이 왠지 좋았다. 신이 났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와 이는 일을 돕느라고 우리 집에 모여 있었다. 어머니는 부엌의 흙바닥에 밥상을 놓고 한창 점심을 차리고 있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차림이라 평소보다 반찬 가짓수가 많았던 것 같았다. 학이 그려져 있던 사기 접시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지글지글 전을 부쳤던 어머니의 모습도 기억난다. "정신 없어서 죽겠구만,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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