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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실 엿보기

멘티 딱지 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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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미국인과 스카이프 영상을 통해 화상 영어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6개월간 멘토에게 영어 교수법을 배우고 소통했다. 그때는 ZOOM이란 것이 없었다. 웹캠을 컴퓨터에 장착하고 스크린을 통해 화상 통화로 수업했다.

 

나의 멘토는 홈스쿨링 강사를 하시는 분이었다. 그래서 매 시간 나의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알려주려고 노력하셨다. 나의 멘토, Vony, 그분은 퇴직 교사이기도 했다. 평생 학교에서 사용했던 자신의 수업 자료를 전해주려고 애쓰셨다. 그분은 나의 영원한 멘토였다.

 

매시간 그분이 지지해 주고 도와주니 화상 통화 연수시간에 자존감이 올라갔다. 멘토로 부터 습득한 수업 스킬을 내 수업에 녹여 잘 활용해오고 있었다.

 

 

[Vony가 보내온 메일, 다양한 수업 자료를 소개받음]

 

 

그 이후, 뉴욕 부근 델라웨어대학교 인터쉽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다. 다정한 멘토 두 을 만났다. 정규 어학연수 시간이 끝난 후 별도로 멘토를 매칭받아 부족한 부분을 개별 지도받았다. 한 분은 퇴임한 교사였고 다른 분은 지체 장애를 가진 분이었다. 그분들은 내게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멘토였다. 두 분은 내 말을 경청하고 나를 지지하며 잘 이끌어 주었다. 나는 복 받은 멘티였다.

 


 

캐나다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한 학생의 멘토가 되어 온종일 따라다닌 것 을 보았다. 알제브라라고 하는 수학 시간이었다.

 

6 나누기 2는 3이야.라고 주입시키는 교육이 아니었다.

수많은 나눗셈을 많이 풀어 보게 하는 무한 반복 형태의 학습도 아니었다.

 

학생의 입장에서 그것이 왜 그러한지 이해하는 것이 학습 목표였다. 그 선생님은 한 학생을 온종일 따라다니며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그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다양하게 말했다. 음악실에도, 미술실에도 선생님은 그 학생을 따라갔다. 운동장 한쪽에서도 나눗셈 개념을 이해할 때까지 학생의 멘토가 되고 있었다. 그 학생만 나눗셈을 이해하면, 그 교실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나눗셈에 대해 이해하고 풀 수 있다.라는 학습목표에 도달한 수업이 되는 셈이었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내 수업 교실에도 반드시 멘토, 멘티를 매칭시키겠다고...

 

 

일단 교실 내에서 가급적이면 가까운 자리에 있는 친구를 매칭시켰다. 교사가 충분히 생각하고 정해주는 멘토라는 것을 아는 모양새였다. 어느 누구도 싫다고 하는 학생은 없었다. 학생들은 멘토가 된다는 것을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보다 학생들의 인성이, '함께, 더불어' 잘 다듬어져 있었던 것 다. 또한 멘티가 되는 것에 대해 그다지 싫은 기색을 하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그런 합일점이 있어야 멋진 결과가 산출되는 법이다.

 

"저, 아직 멘토가 더 필요해요."

"괜찮아, 그 정도면 스스로 할 수 있어."

 

어떤 학생은 몇 주만에 멘티 딱지를 떼지만, 때로는 멘티가 그대로 멘토를 곁에 두고 싶어 하곤 했다. 그래도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멘토 없이 해결하도록 했다.

 

그런가 하면 학년말까지 멘티 딱지를 떼지 못하는 학생이 있었다. 바로 Beom이었다.

년말에 Beom에 대해 그의 담임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통신문 회신서를 받았는데 어머니 성함이 엄청 길었어요. 몽골이나 러시아 쪽 같았어요."라고 담임이 말했다.

Beom이 다문화 학생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수업이 끝나면 항상 교탁 옆에 나와서 별도로 인사했다. 멘토를 매칭시켜 줘서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흠뻑 칭찬을 해주니 자신이 생긴 듯도 했다. 미루어 짐작컨대 한국으로 중도 입국한 케이스인 듯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학생이라면 Beom정도는 아닐 텐데...

 

사슴처럼 맑은 눈을 가진  Beom이 영어 학습을 어려워했던 원인을 알 것 같았다.

영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온종일,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Beom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았다.

 


 

이 나이에도 내게 어떤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공부가 아니더라도...

기댈 수 있고 물을 수 있는 멘토가 있으면 참 좋겠다.  

 

결국, 누구나 멘토가 필요한 멘티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누구의 멘토가 될 수 있다.

 

세상이 멘토와 멘티로 매칭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거기 누구 없소? 나의 멘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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