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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 수술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쌍꺼풀 수술을 한 사람을 대하면 원래 모습과 확 달라 보여서 어색했다. 그냥 타고난 모습이 더 나아 보였다. 굳이 눈에 칼을 대어 예쁘게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눈' 성형 수술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나는 쌍꺼풀이 있는 눈이라 그 수술은 할 턱이 없었다.
몇 년 전, H샘의 얼굴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줄 알았다. 차마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H샘은 선글라스를 끼고 근무하셨다.
"안검하수 수술했어요. '눈' 성형 수술을 4가지나 했답니다."
'옴마야, 세상에, 무슨 일이야. 고통을 견디고서라도 예뻐지고 싶으셨나 보다.'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검하수'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다. 안검하수란? 눈꺼풀 처짐증이라고도 하는데 윗 눈꺼풀에 연결된, 눈꺼풀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근육의 힘이 약해져서 발생한단다.(서울아산병원 제공) H샘은 안검하수 쌍꺼풀 수술, 눈밑 지방 재배치, 눈앞 트임, 눈뒤 트임 등의 눈매 교정 수술을 대대적으로 했단다. 수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고 들었다. 대구에 사는 내 여동생도 쌍꺼풀 수술을 했었다. 알고 보니 안검하수 수술이었나 보다. 눈 위가 움푹 들어가 보여서 눈 성형 수술을 한다고 대구에서 서울 강남까지 오르내린 적이 있다.
방학을 마치고 개학하니 L샘도 부기가 가득한 얼굴로 출근했다.
"저도 안검하수 수술했어요."
'다들 미용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다. 엄청 아팠을 텐데... 예뻐지기 위해서 고통을 감수하는구나.'라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퇴근할 무렵에 안검하수 수술이 모두에게 화두가 되었다. 봄 방학에 수술을 하겠다느니, 다음 방학 때 한다느니, 모두 급관심을 보였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난 그런 것은 아예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4가지 종류의 눈 성형 수술을 했던 H샘이 내 얼굴을 가리키며,
"이런 분이 바로 안검하수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분이에요."
'엥? 내가 왜? 난 쌍꺼풀도 있는데?'
"여기 눈두덩이가 움푹 들어갔잖아요. 그리고 눈을 뜰 때마다 이마에 주름이 지잖아요. 이건 피부가 처져서 그런 거래요. 눈썹 밑을 절개하여 피부를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안검하수 쌍꺼풀 수술이에요."
그 순간, 나는 식겁한 기분이었다. 안검하수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혼란스러웠다.
'내가 왜? 내가 왜?'
정말로 피하고 싶었다. 그 안검하수 쌍꺼풀 수술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겁이 많고 아픈 것도 참지 못한다.
퇴근 후에 H샘이 했던 말이 계속 귓전에 맴돌았다. 찬찬히 거울 속의 내 얼굴을 살펴보았다. 눈을 치켜뜰 때마다 이마에 잔주름이 생겼다.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이를 어떡하지? H샘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바로 안검하수 수술을 받아야 할 0순위였다. 밤새 고민하다가 토요일 아침에 바로 H샘에게 연락하여 성형외과 연락처를 전달받았다. 성형외과에 예약을 잡았다. 일단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이건 돈이 문제가 아니고 고통도 문제가 아니에요. 젊음을 되돌리는 거네요."
뜬금없이 쌍꺼풀 수술을 하겠다는 나를 보고 남편이 당황했다.
"당신은 쌍꺼풀이 있는데 무슨 쌍꺼풀 수술을 한다는 거지?"
"쌍꺼풀이라기보다는 이마의 주름살을 없애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수업받는 학생들을 생각하는 겁니다. 교사 얼굴이 비호감이면 학생들한테 예의가 아니죠. 이왕이면 예쁜 게 좋잖아요. 지금이라도 안검하수 수술을 받으면 퇴임할 때까지는 학생들에게 좀 더 괜찮은 얼굴로 대할 수 있겠잖아요."
촉촉하고 야들야들한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는 내가 이왕이면 보기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딱 그 이유 하나였다.
토요일이라 오전만 진료를 한다고 하여 남편의 허락 따위는 듣지도 않고 허겁지겁 성형외과에 갔다. 수술 날짜를 잡았고 쌍꺼풀 수술을 했다. 수술을 받는 과정이 너무나 무섭고 떨려서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제가 의사 생활하면서 고객님처럼 아픈 것을 못 참는 분은 처음입니다."
"아픈 걸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수술받고 며칠 뒤에 병원을 재방문했다. 내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이,
"아, 어서 오세요. 엄청 아파하는 분이 오셨네."
의사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역대급으로 아파했던 고객이란 것을 기억해 내셨다. 창피했다. 내가 그 정도로 아픈 것을 참지 못하는 줄을 미처 몰랐다.
그 후 주기적으로 얼굴 사진을 성형외과에 전송하여 상태를 점검받았다. 그때의 사진을 살펴보면 지금도 겁이 난다. 앞으로 쌍꺼풀 수술은 다시는 못할 것 같다. 얼굴 전체가 부어 있었다. 목불인견이었다. 그렇게 나는 대단한 출혈을 감수하고 이마 주름을 없앴다. 그리고 눈매도 더 또렷해졌다.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만 쓰고 지냈지만 안검하수 수술을 했던 눈과 이마가 한 몫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딸내미가 말했다.
"엄마는 피부 관리를 너무 안 하시는 거 같아요."
"왜?"
"이마에 주름이 있네요."
"그래? 그것 때문에 3년 전에 안검하수 쌍꺼풀 수술도 했는데..."
"엄마는 피부에 보습을 안 해주시는구먼."
딸내미는 나의 볼을 만져보더니,
"이봐요, 피부에 촉촉함이 없잖아요. 항상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하는 거예요. 엄마는 피부도 희고 좋으니 이제 제대로 관리를 좀 하셔야 되겠어요."
"그런가?"
학교에 근무할 때, 온종일 물을 마시지 않았다. 혹시 수업하다가 화장실에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을 마시지 않으니 내 몸에 수분 공급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저녁에 세수하고 아침에는 기초화장 후에 비비크림을 바르고 콤팩트로 마무리하는 화장을 했었다.
"엄마는 일단 파우더는 바르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러잖아도 피부가 건조한데..."
딸내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에센스는 사용하시나요?"
"저번에 OO이가 선물로 준 것 있어서 요즘 바르긴 해."
"하여간 엄마는 지금부터 피부에 관심을 좀 가지셔야겠어요. 수분 공급에 신경을 쓰세요."
그날부터 얼굴에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 일단 이마에 슬슬 생기기 시작하는 주름살부터 펴기로 했다. 퇴임했으니 물을 마음대로 마실 수 있다. 매일 화장할 필요가 없으니 얼굴 피부 관리하기가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부터 얼굴 피부 집중케어를 시작했다. 안검하수 쌍꺼풀 수술의 고통을 떠올리며 틈나는 대로 피부에 신경을 쓸 참이다.
* 편백 황토 온수 침대를 켜고 잠을 자는데 이제는 미리 켜놨다가 잠잘 때는 끄고 자기로 했다. 잠잘 동안에 따끈따끈하여 좋지만 밤새 피부가 건조해질 것 같았다.
* 매일 아침 일어나면 보리차를 500ml 병에 담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틈나는 대로 물을 마시고 있다. 이제는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 화장을 하지 않는다. 출근하지 않으니 화장할 필요가 없다.
* 딸내미가 수면 팩을 챙겨 왔다. 팩이라고는 모르고 살던 내가 매일 밤 그 수면팩을 하고 잔다. 선물로 받은 팩도 뜯지 않은 채 그대로다.
그런데 일반 팩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얼굴에서 제거하지만 슬리핑팩이라고 하는 수면팩은 바르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면 밤새도록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다. 마치 홍삼 스틱처럼 생겼는데 그것을 짜서 얼굴에 바르고 매일 밤 잠을 잤다.
* 얼마 전에는 방송 도중에도 미스트를 뿌리는 연예인을 봤다. 그래서 미스트도 구입했다. 아침저녁으로 미스트를 얼굴에 분사한다. 얼굴이 건조할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짜잔, 그렇게 한 달간 생활했더니 내 얼굴이 마침내 촉촉해졌다. 이마, 주름살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안검하수 수술은 학생들에게 좋게 보이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서 얼굴 관리를 하고 싶다.
이마, 주름살 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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