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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교실 엿보기 37】'라이징스타' 요람기 한 학기에 두 번 정도는 조별 활동으로 수행평가를 본다. 수행평가는 과정 중심 평가다. 그래서 여러 단계를 관찰하여 과목별 세부 특기 사항에 입력한다. 수행평가의 맹점은 무임승차다. 그 폐단을 막기 위해 활동지 뒷면에 자신이 했던 활동을 일일이 기록하도록 했다. 조별 활동을 할 때 조를 잘 짜는 일은 쉽지 않다. 하나의 조 안에는 리더 격의 학생이 있는가 하면 학습이 부진한 학생도 함께 활동을 하게 된다. 자기들끼리 맘에 드는 사람끼리 모이기 해서도 안되고 잘하는 사람만 가득 모여 있어도 안 된다. 각 조의 두뇌 총량의 평균을 고려해야 한다. 남녀 구성의 조합은 물론 우등생과 열등생 등을 적절히 배정해야 한다. 눈으로 학생들의 앉은자리를 훑어보며 조를 편성하고 있는 교사를 학생들이 빤히 쳐다보고 있다. .. 더보기
14)인생 대본을 볼 수는 없잖아요? 내게는 남다른 걱정이 있다. 11년째 중증 환자로 누워있는 아들 때문이다. 아들은 자기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것이라곤 없다. 일순간의 사고로 말미암아 준수한 청년이었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아들을 끝까지 잘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아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숨 쉬고 하품하는 정도뿐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를 포함하여 11명의 손길이 아들을 돌보고 있다. 그런 아들을 남겨 두고 혹시 우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이 문득문득 들곤 한다. 그렇다고 아들이 먼저 떠나는 것도 우리는 상상하기 싫다. 사고 난 지 몇 개월이 지났을 때 한 지인이 나를 위로한다고 했던 말이 지금도 가슴에 맺혀있다. "저렇게 살아갈 바에는 차라리 가는 게 나은데... 서로 .. 더보기
13)병원 노마드 생활을 해봤습니다 동료 교사가 식중독으로 입원한 아들을 간병하기 위해 병원에서 밤을 새웠다는 말을 했다. "밤새 한 숨도 못 잤어요. 병실 보호자 침대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은 할 짓이 못되네요. 이런 생활은 며칠만 해도 병날 것 같아요." "그 심정을 제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합니다." 그분이 간밤에 어떻게 보냈을지 나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만 6년 동안 중증 환자인 아들과 병원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실 상황을 훤히 알 정도다. 그곳에서 지냈던 모든 일들이 또렷이 생각난다. 우리가 병원에서 보냈던 시간이 하룻밤의 꿈처럼 아련하다. 매주 금요일에 퇴근하면, 나는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병원으로 향했다. 간병인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유급 휴가를 주었다. 그래서 금요일 밤에는 간병인을 대신하여.. 더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36】'양해를 구하다' 를 영어로? 지난여름, 1 학기말 자투리 시간이었다. 자유 학기 프로그램 일색이었던 중학교 1학년들이 한 학기를 마무리하던 때였다. "쪽지 단어 시험을 보겠어요." "그게 뭔데요?" "자기가 아는 대로 영어 단어를 쓰면 돼요." "성적에 들어가나요?" "여러분은 성적을 산출하지는 않아." "그러면 백지로 내도 되겠네요." "모든 행동에는 상벌이 따르지." "혹시 잘못 본 사람은 '자기반성' 교실에 가나요?" "단어를 모르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 "그러면 맘대로 할래요." "후회할 텐데..." 단어시험을 본다는 말에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시험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4차시에 걸쳐 매 수업 시간마다 단어 시험을 봤다. 1학기에 배운 범위에 있던 단어였다. 단어 시험이 끝난 후 서로 시험.. 더보기
12) 아들이 평지풍파를 만나다 아들이 한동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제 밥그릇을 자기가 챙겨서 먹은 격'이었다. 가만히 누워서 홍시가 입에 떨어지도록 기다리듯 했더라면 아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한동대학교에 합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들은 대학에 진학하니 물 만난 물고기처럼 학교 생활을 신나게 잘했다. 다양한 공동체 활동은 물론 SFC(Student for Christ) 위원장이 되어 유명무실하던 그 신앙운동 단체를 활성화시켰다. 특히 개.독.모.(개혁주의 독서모임)에서 독서와 토론으로 영성을 키웠다. 목사인 아버지가 읽다가 포기한 어려운 신학 서적을 모조리 챙겨가서 단숨에 읽어 재꼈다. "저는 아무래도 머리에 특수 칩이 내장된 것 같아요. 이런 책이 제게는 어렵지 않아요. 그런 쪽으로 특화된 뇌를 가졌나 봐요." 아들은.. 더보기
11) 엄마, '한동대학교'를 아세요?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와 수능 준비를 했던 아들이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왔다. 뉴질랜드에 있는 대학에 진학을 하면 안 되겠느냐며 우리와 타협을 하던 아들은 결국 한국에서 수능을 보기로 했다. 아들은 '한동대학교'라는 곳에 진학하겠다고 했다. 얼핏 들어본 적 있는 지방 대학이었다. "야, 길을 막고 물어봐라. 수도권에 있는 사람에 뭣하러 그 먼 곳에 있는 지방 대학에 가겠냐? 한동 대학교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그런데, 외국에 나가서 보니 한동대학교라는 곳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그 대학 출신 학생들을 꽤 만나봤는데 남다른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하고 돌아왔어요." 아들은 우리가 한동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에 대해 쉽게 동의를 하지 않자 라는 책을 사 와서 내밀었다. "일단 한 .. 더보기
10) 아들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러 뉴질랜드에 가다 수능 시험을 본 날 저녁에 아들과 함께 가족회의를 열었다. 회의의 주최자는 아들이었다. "니 성적에 맞는 대학에 가면 되지." "그래, 그 대학에 다니다가 적응이 안 되면 반수를 하면 되지." 내 말에 남편도 호응했다. "과연 그 길 뿐일까요?" 갑자기 아들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어떨까요?" 아들이 말했다. "어떻게?" "누나가 어학 연수중인 뉴질랜드에 가서 재수 준비를 하는 건 어떨까요?" '도대체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우리는 아들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만족스러운 수능 점수를 받지 못한 아들이 해낸 기발한 생각에 우리 부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들은 뉴질랜드에 가서 재수를 하겠다고 했다. 뉴질랜드에서 어학원에 다니며 .. 더보기
9) 공부에 늦바람이 나다 아들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에 늦바람이 났다. 드디어 아들이 마음을 다잡은 모양이었다. 수능 수험생인 누나가 고3일 때였다. 누나가 대학 진학으로 여념 없는 것을 보며 아들은 스스로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어느 날 아들은 학원에 다니겠다고 했다. "일단 수학을 배워야겠어요. 수학은 혼자 공부하니 이해가 안 돼요." 그때부터 아들은 수학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중3 겨울 방학 때였다. 다른 친구들은 유치원 때부터 한 걸음씩 준비해 오며 기초를 다져왔는데 아들은 그때서야 공부를 제대로 하겠다고 설쳤다. '며칠 정도 저러다가 제 풀에 꺾이겠지.'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여태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전형적인 학생의 모습이 되었다. 게임이나 하고 친구들과 놀기만 하던 아들이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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