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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교실 엿보기 34】<Mr. Fussy> 속에 숨어있는 나를 만나다 - Mr. Fussy (꼼꼼 씨) 내가 봤을 때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두 분 다 Mr. Clumsy(털털 씨)를 닮은 것 같다. "물고기는 맑은 물에서 놀지 않는 법이여, 사람이 너무 그러면 남들이 싫어해." 내가 깔끔 떨면 친정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유년시절의 고향 집 흙바닥 부엌은 무척 지저분했다. 장독에 길어다 둔 물을 덜어 내어 설거지를 했으니 그릇이 제대로 씻겼을 리 만무했다. 나는 물을 쏟아부으며 깔끔하게 그릇을 씻고 싶었다. 그래서 냇가에 나가 돌판에 소꿉살이 부엌을 만들어 맘껏 물을 끼얹고 끼얹었다. 그럴 때마다 내 맘이 개운해졌다. "차라리 그러려면 절(寺)로 들어가라. 인간 세상에서 그렇게는 살 수 없는 겨." "사람이 너무 유난스럽게 깔끔 떨면 복 달아나는 겨. 수더분해야 복이 오는 겨." 어머니는 희한.. 더보기
4. MS. IP를 소개합니다 당신은 발음이 또렷해서 잘 알아들을 수 있어요. MS. IP를 캐나다 토론토 All Saints School에서 만났다. 그분은 매력적이었다. 건치 미녀인 데다 맘은 곱고 친절했다. 그런 인연의 복이 있었다는 것은 축복 그 자체였다. 내가 이토록 대놓고 그분을 칭찬하는 것은 교사로서의 그분이 너무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5.14~6.12)에, 내가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발음이 또렷해서 제가 잘 알아들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으로 가득 차 있던 내게, 그 말은 구원의 포문처럼 느껴졌다. 내가 만났던 MS. IP얘기를 하고 싶다. 교육청에서 제공해준 연수 기회로 토론토 미시소거 초등학교에서 한 달간 코티칭을 할 기회가 있었다. A.. 더보기
3. 루비콘강을 건너다 ◇ 신문에서 봤어요 2005년, 그때는 신문으로 주요 뉴스를 찬찬히 읽어서 알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딱히 궁금한 뉴스도 없는데 ‘K일보’ 신문이 계속 들어왔다. ‘신문 사절’이라고 문간에 부치기도 했다. 몇 개월을 무료로 넣어준다고 앙탈을 부렸다. 그날도 뾰로통한 맘으로 무심코 신문을 집어 들었다. 국립師大 미발령 교사 구제 1990년 이전 국립사대 졸업자 가운데 교사로 임용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이 제한 없이 중등교원 임용시험을 치르거나 교대에 편입한 뒤 초등교사로 임용되는 길이 열린다. 아주 짧은 기사였지만 나와 아주 연관이 깊은 뉴스였다.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졸업하고 발령이 나지 않아서 기가 막혔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의무 발령이라는 국가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던져졌.. 더보기
2. 영어교사 정년 62세도 빠르다 * 나는 현직 교사다.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나는 마흔일곱 살에 교단에 발을 내디뎠고 앞으로 1년 반 후면 정년퇴임을 한다. 항간에는 영어 교사의 정년은 40세다 라는 말이 떠돌곤 했다. 그런 일반적 관념의 틀을 깨고 소위 영어 교사 정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 겁 없이 영어 교사가 된 셈이다. ‘영어 교사의 정년은 40세’라는 속담 같은 말을 만든 자들의 염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 말을 한 자들은 크게 두 가지의 걱정을 했을 것이다. 첫째로는, 파릇한 젊은이들에 비하면 나이 든 사람들이 좀 더 구린 발음과 엑센트를 가졌다고 우려를 했을 것이다. 그러한 것을 염려할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혀를 잘 굴리고 미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듯한 발음이라면 동가 홍상일 것이라고 나도 백번 동의를 한다. .. 더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33】<Mr. Uppity> 속에 숨어있는 나를 만나다 Mr. Uppity (거만 씨) 부끄러움 난 부끄러움이 참 많았다. 집에 손님이 오면 우리 남매들은 정지방(부엌 쪽문에 딸려있는 아주 작은 방) 속으로 들어가 숨 죽이고 있었다. 낯선 사람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이 집 애들은 참 조용하네요." 도회지에 살던 친척은 숨어버리는 우리를 뭣도 모르고 칭찬했다. "애들이 숫기가 없어서..." 어머니는 우리를 그렇게 두둔하셨다. 열등의식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면서부터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예쁜 옷을 입는 아이, 키가 큰 아이, 얼굴이 예쁜 아이, 집안이 부유한 아이 등등이 눈에 띄었다. 혼자서 그들과 나를 비교하니 점점 야코가 죽었다. 그런 애들을 보다가 나를 훑어보면 잘난 구석이라곤 없었다. '나는 참 못났다.'라는 생각이 늘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2학년.. 더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32】<Mr. Forgetful> 속에 숨어있는 나를 만나다 Mr. Forgetful (건망증 씨) 어머니는 우리 중 하나를 부를라치면 오 남매의 이름을 한꺼번에 줄줄이 부르곤 하셨다. "엄마, 내 이름만 딱 불러요." "척하면 착이지. 아무나 대답하면 되지..." 어머니는 그런 것에 대하여 개념치 않으셨다. 우리는 자신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불리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되는겨." 어머니는 한 사람을 꼭 찍어서 부른 적은 별로 없었다. 본인은 그게 별 일이 아니라고 여기신 듯했다. 그런 면에서 나도 할 말은 없다. "엄마는 꼭 나를 '찬ㅇ'이라 불러요." "엄마는 나를 꼭 '향ㅇ'이라 불러요." 나는 아들과 딸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 일쑤였다. 그러면 애들은 상당히 기분 나빠했다. "저는 '향ㅇ'이 아니라 '찬ㅇ'이예요. 왜 이름을 반대로 불러요?".. 더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31】<MR. MEN> 속에 숨어있는 나를 만나다 Mr. Busy (바쁘다 바빠 씨) 중중 환자 아들이 지내는 본가의 앞 베란다 우수관에서 물이 샌다나? 아들을 돌보는 활동보조사 샘이 베란다에 깔아 둔 장판지 밑에 습기가 고인다고 했다. 나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귀찮다는 생각보다 그런 문제의 원인부터 살펴보게 된다. 원인을 알아내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되는 일도 많다. "바로 이게 문제였네요." 요리조리 살펴보니 원인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에어컨 실외기 배수 호스가 베란다의 우수관 뒤쪽으로 묶여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물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여름 내내 그 에어컨 실외기 배수 물이 장판지 속으로 들어간 것이 원인이었다. '음, 음.' 나는 곰곰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전문가를 부르지 않아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외기 배관 호스.. 더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30】<MR. MEN> 속에 숨어있는 나를 만나다 - MR. Chatterbox (수다쟁이) 나는 어릴 때부터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어머니께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버릇이 있었다. "바빠서 정신이 없구먼. 세실(수다) 좀 고마(그만) 해라."라고 어머니는 핀잔을 주시곤 했다. 결혼을 한 후에는 어머니 대신에 남편에게 얘기를 쏟아 놓았다. 남편은 경청의 달인이다. 한평생 같이 살다 보니 이제 남편은 나의 주변사를 뻔히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미처 만나본 적 없는 나의 동창이나 지인을 다 알고 있다. 어쩌다 남편과 함께 나의 지인을 만나게 되면 남편은 그 사람을 알고 지내왔던 것처럼 대한다. 나를 통하여 얘기를 들어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내가 하다만 얘기가 있으면 이튿날에 이어서 듣고 싶어 할 정도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떻게 됐다고?" 라고 하며 남편이 내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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