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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 아들 곁에서

12) 아들이 평지풍파를 만나다 아들이 한동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제 밥그릇을 자기가 챙겨서 먹은 격'이었다. 가만히 누워서 홍시가 입에 떨어지도록 기다리듯 했더라면 아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한동대학교에 합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들은 대학에 진학하니 물 만난 물고기처럼 학교 생활을 신나게 잘했다. 다양한 공동체 활동은 물론 SFC(Student for Christ) 위원장이 되어 유명무실하던 그 신앙운동 단체를 활성화시켰다. 특히 개.독.모.(개혁주의 독서모임)에서 독서와 토론으로 영성을 키웠다. 목사인 아버지가 읽다가 포기한 어려운 신학 서적을 모조리 챙겨가서 단숨에 읽어 재꼈다. "저는 아무래도 머리에 특수 칩이 내장된 것 같아요. 이런 책이 제게는 어렵지 않아요. 그런 쪽으로 특화된 뇌를 가졌나 봐요." 아들은.. 더보기
11) 엄마, '한동대학교'를 아세요?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와 수능 준비를 했던 아들이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왔다. 뉴질랜드에 있는 대학에 진학을 하면 안 되겠느냐며 우리와 타협을 하던 아들은 결국 한국에서 수능을 보기로 했다. 아들은 '한동대학교'라는 곳에 진학하겠다고 했다. 얼핏 들어본 적 있는 지방 대학이었다. "야, 길을 막고 물어봐라. 수도권에 있는 사람에 뭣하러 그 먼 곳에 있는 지방 대학에 가겠냐? 한동 대학교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그런데, 외국에 나가서 보니 한동대학교라는 곳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그 대학 출신 학생들을 꽤 만나봤는데 남다른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하고 돌아왔어요." 아들은 우리가 한동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에 대해 쉽게 동의를 하지 않자 라는 책을 사 와서 내밀었다. "일단 한 .. 더보기
10) 아들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러 뉴질랜드에 가다 수능 시험을 본 날 저녁에 아들과 함께 가족회의를 열었다. 회의의 주최자는 아들이었다. "니 성적에 맞는 대학에 가면 되지." "그래, 그 대학에 다니다가 적응이 안 되면 반수를 하면 되지." 내 말에 남편도 호응했다. "과연 그 길 뿐일까요?" 갑자기 아들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어떨까요?" 아들이 말했다. "어떻게?" "누나가 어학 연수중인 뉴질랜드에 가서 재수 준비를 하는 건 어떨까요?" '도대체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우리는 아들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만족스러운 수능 점수를 받지 못한 아들이 해낸 기발한 생각에 우리 부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들은 뉴질랜드에 가서 재수를 하겠다고 했다. 뉴질랜드에서 어학원에 다니며 .. 더보기
9) 공부에 늦바람이 나다 아들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에 늦바람이 났다. 드디어 아들이 마음을 다잡은 모양이었다. 수능 수험생인 누나가 고3일 때였다. 누나가 대학 진학으로 여념 없는 것을 보며 아들은 스스로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어느 날 아들은 학원에 다니겠다고 했다. "일단 수학을 배워야겠어요. 수학은 혼자 공부하니 이해가 안 돼요." 그때부터 아들은 수학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중3 겨울 방학 때였다. 다른 친구들은 유치원 때부터 한 걸음씩 준비해 오며 기초를 다져왔는데 아들은 그때서야 공부를 제대로 하겠다고 설쳤다. '며칠 정도 저러다가 제 풀에 꺾이겠지.'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여태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전형적인 학생의 모습이 되었다. 게임이나 하고 친구들과 놀기만 하던 아들이 .. 더보기
8) '인천의 사자'가 여자 꼬시는 법 엄석대에게 맞아서 아들의 몸 곳곳에 멍이 들던 일은 일단락이 되었다. 그러나 아들의 사춘기 모습은 무지개 빛깔처럼 다양했다. 아들은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것을 참 싫어했다. "남자가 피아노 치면 멋있더구먼..." "학원 선생님이 내가 건반을 잘못 누르면 막대기로 손가락을 아프게 때린단 말이에요." "정신 바짝 차리고 연습하라는 뜻이지." "그게 아니에요. 그냥 악마 같아요." 아들은 피아노 학원에 가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아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피아노 학원을 건성건성 다녔다. '바이엘'은 끝냈고 '체르니 40'까지 겨우 도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교회 점심 식사 시간에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박자와 음정이 맞지 않게 피아노를 쳐댔다. 주일 점심시간마다 아들의 피아노 두.. 더보기
7) 아들이 '엄석대'를 만나다 중학생 시절의 아들은 단 하루도 조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들이 공부하는 꼴을 본 적이 없었다.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 살았다. 주로 총쏘는 온라인 게임을 많이 했다. 녀석이 그 게임을 하도 많이하여 컴퓨터 화면에도 핏방울이 튀는 것 같았다. 한 번은 시어머니가 오셨을 때 게임을 하던 아들이 갑자기 장롱을 발로 차대기 시작했다. 아들은 게임이 맘대로 풀리지 않자 짜증이 폭발하여 퍼드덕댔다. 저 놈이 할머니 오셨다고 싫은 내색을 하는구만. 자식 하나 잘 낳아 놨네. 시어머니는 소리없이 눈물을 훔치셨다. 손주가 당신을 괄시하는 듯한 것도 서러우셨지만 시어머니가 그토록 아끼는 아들이 자식 녀석 때문에 맘 고생이 심할 것을 생각하셨던 것이다. 아들은 밤이 늦도록 게임을 하다가 지쳐서 잠이 들곤 했다. 그러다 보니.. 더보기
6) 아들은 '말썽쟁이' 중학생님이었다 중학교에 배정된 날부터 아들과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아들은 학교의 교칙에 따라 그렇게 짧게는 머리를 깎지 못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왜? 내 머리 길이를 다른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냐고요? 아들은 얼토당토않은 논리를 내세웠다. 학생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칙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기가 막혔다. 모두가 말끔하게 이발을 하고 입학식에 올 텐데... 아들은 자기 헤어 스타일을 그대로 한 채로 중학교 생활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매주 한 번씩 있는 용의 검사에서 아들은 두발 길이 때문에 늘 지적받았다. 담임선생님은 물론 학년 부장님도 아들을 지도하느라 진땀을 빼셨다. 말을 듣지 않겠다고 작정한 사춘기 중학생을 이길 자가 어디 있으랴? 우리도 아들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아들.. 더보기
5) 내 아들이 '부진아'일까? 아들은 울보 떼쟁이었다. 방실방실 웃으며 애교를 부리는 아이는 누구나 귀여워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울보 떼쟁이었다. 아들은 걸핏하면 칭얼대고 보챘다. 그리고 아들은 겁도 많았다. "무서워, 무섭단 말이야. 저거 다 치워." 아들은 '무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들은 '스탠드형 옷걸이 행거'를 보면 까무러치듯 무서워했다. 벽에 걸린 그림도 무서워했다. 옷걸이 행거를 무서워하는 아들 때문에 옷을 걸어 두는 대신에 옷으로 행거를 덮었다. 아들이 무섭다며 칭얼거려서 벽에 걸린 모든 그림에 신문지를 붙였다. "이 길로 안 갈 거야. 무서워." 아들은 길 가다가 갑자기 멈추며 소리를 지르곤 했다. 아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또 있었다. 옷가게에 서 있는 마네킹을 몹시 무서워했다. 아들은 마네킹이 있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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