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어교실 엿보기

열라 창의적인 타이포셔너리 달인 납십니다

728x90
반응형

학생들은 저마다 지닌 재능이 다르다. 장기(長技) 또한 각양각색이다.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면 '고양이가 숨겨둔 발톱 같다.'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수업 시간에 타이포셔너리(그림 단어) 활동을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그 에피소드를 브런치에 발행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mrschas/164

 

올해도 자유학기 '동아리'에 타이포셔너리 강좌를 개설했다.

 

이번에 그 강좌를 수강한 Min은 타이포셔너리를 위해 태어난 학생 같았다.

제3기 강좌를 마무리하며 학생들의 타이포셔너리 작품을 수합해 보니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

그런데 Min의 작품은 차원이 달랐다.

 

Min은 영어 수업 시간에 거의 말이 없다. 그녀는 대체로 조용했다. 그러나 자기 몫을 잘 해냈다. 자기 차례가 되면 영어를 잘 읽었다. 발음도 똑똑하고 유창했으며 과제 발표도 손색이 없었다. 학습지에 있는 문제를 해결할 때도 Min은 핵심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또한 Min은 그 학급의 부반장이다. 조용한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였다.

 

Min 타이포셔너리 구상 능력은 거의 천재급이다. 단어를 보면 바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능력과 그 단어에 대한 해석력도 짱이었다. 그 단어의 의미를 간단한 그림 속에 절묘하게 잘 표현해 냈다.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그림 단어가 Min의 아이디어 창고에서 막막 쏟아져 나왔다.

[Min의 작품]

 

Min이 만든 타이포셔너리를 하나씩 살펴 보면 무척 재미있다. Min이 만든 단어 목록을 정리해 보았다. 그림 단어마다 입가에 웃음이 번지게 했다. 참 잘했다고 맘속으로 칭찬했다.

 

1. spicy / curvy / discover / stay / along / stair / rice / be full of /owner

2. newspaper / loud/ sweet / check / company / proud / strange/ clear/ edit / citizen

3. interview/ reporter / cameraman/ field producer/ director / police officer/          parkmanager / role model / doctor / teen

 

Min은 창의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작품을 완성해 내는 속도 또한 거의 LTE급이었다. 그림 단어 하나를 완성하려면 한 시간 정도는 족히 걸린다. 그런데 Min은 한 시간이면 7~8개 정도의 단어를 완성해 냈다. 빨리 완하지만 작품의 퀄리티 좋았다. 그림 단어 속에 위트 개그가 담겨있었다. 깨알 같은 표현이 참 재미있었다.

[Min의 작품]

 

Min은 리스트에서 단어를 보는 순간, 곧바로 작품을 고안해냈다.

 

1. fruit / hiking / everyday / cool / cone / age / culture / warm / design / hometown

2. tie / collect / champion / tournament / stick out / piece / reach / float / land

3. past / camping / high up / style / block / cap / chef / temperature

 

Min의 작품 중에 유독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culture'(문화)이었다. '문화'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그림으로 꼬물꼬물 표현해 냈다는 것이 놀라웠다. 철자 하나하나 단순하지만 충분한 표현 담다.

[culture]

 

가장 흥미롭게 여긴 작품은, 'hometown'(고향)이었다. 고향의 포근함과 복사꽃 활짝 핀 hometown은 내가 늘 그리던 그 고향과 닮아 있었다. 타향살이에 지친 모두를 환영한다는 이미지로 꾸며진 Min의 'hometown'은  아무래도 저작권을 걸어야 할 것 같다.

[hometown]

 

또 눈길이 끌렸던 작품은 'block'이었다.  단어의 색감 처리는 '구글' 로고를 방불케 했다.

Min의 그림 단어가 보여 주는 단단한 저 벽, 난공불락(難攻不落)의 블럭을 누가 감히 넘어갈 생각을 하겠는가? 타이포셔너리 기법으로 '콱 막혀 있다'라는 '감정'을 표현했다. 블럭 앞에 제지당하여 서있는 자가, "Oh, My God!"이라고 탄식 소리를 내지르고 있다.  리얼하다. block(차단하다)!

[block]

 


 

이 정도면 Min은 타이포셔너리 천재가 아닐까? 이런 것은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누가 가르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Min은, (요즘 학생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열라' 창의적이다.

 

그 강좌를 신청했던 다른 학생들도 타이포셔너리를 멋지게 완성했다. 모름지기 타이포셔너리라는 것은 '단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훌륭했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거나 한 단어를 대작으로 표현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런 것은 타이포셔너리에 걸맞은 작품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Min 타이포셔너리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했다.

 

[다른 학생들의 작품]

 


 

 다른 학생들은 수강 기간 내에  활동지 한 장 정도 완성하는데 Min은 여러 작품을 완성해 냈다. 그래서 Min은 시간마다 후딱 완성시킨 활동지를 제출했다. 그리고 다시 새 활동지를 받아갔다.

 

Min의 멋진 작품을 보니, 학생들을 틀에 가둬놓을 게 아니라는 게 자명해졌다. 그들 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아웃풋(output)할 수 있도록 학습의 장을 열어줘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타이포셔너리 천재, Min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떠올랐다.

 

어떤 한국인이 옷걸이로 '간이 독서대'를 만들었는데 그것 하나만 보고 영국 왕립 예술대학에서 입학을 허가했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다음은 그 사람에 대한 기사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21/2013052100034.html

 

허접하게 옷걸이로 한낱 조잡한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분은 연습 메모 노트를 가지고 있었다. 수없이 여러 번 작품을 만들어 보고 그예 그 출품작을 돌출해 냈다. 그 노트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영국에 있는 그 대학은 옷걸이 (세탁소용)로 만든 작품을 보고 그의 천재성을 눈치챘을 뿐 아니라 노력까지 알아봤다는 뜻이었다.


 

그런 면에서, 누군가 Min의 숨은 재능을 알아볼 날이 오면 좋겠다. 옷걸이로 간이 독서대를 만들었던 분이 영국 대학으로 진학하게 된 에피소드처럼...

 

앞으로도 Min의 말랑말랑한 두뇌는 아이디어를 무한히 쏟아낼 것이다.

Min의 숨겨둔 발톱은 바로 타이포셔너리를 고안하여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내가 만약 디자이너가 필요한 기업가라면 Min을 바로 콜 할 것 같다.  또한 내가 '유퀴즈 온 더 블'의 작가라면 Min을 인터뷰하고 싶을 것 같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