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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장례 for 아버지
작은 돌멩이도 때론 요긴하다며
함부로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던 아버지는
맑은 정신으로 장터에 나가시곤 했다
해시계 따라 술잔이 비워지면
천일관의 노란 탱자 나뭇가지에
아버지가 더듬는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날아 앉았다
술에 젖어도 컴퍼스처럼
오두막으로 되돌아오던 아버지께
우리는 일렬횡대로
아부지, 댕겨 오셨능교?
군인 인사를 했다
꽃이 지천으로 만산에 붉었던 날
아버지의 동공 속에 꽃 눈물이 번졌다, 아버지는
살고 싶다고도 죽고 싶다고도 하지 않으셨다
보 쳐놓고 물 못 댄 인생이라며 울어주던
고모의 눈물 부피만 한 봉분(封墳)이 솟았지만, 거기에
내 눈물은 보태지 않았다
삶이 뉘엿거리니
문득문득 아버지가 그립다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이제라도 아버지를 위해 한껏 울어본다
아부지, 아부지, 아부지~
[그림: Bing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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