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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마지막 수박 맛이 영 그랬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내면서 나는 바야흐로 택배 마니아가 되어버렸다. 시도 때도 없이 택배가 당도한다. 코로나 이후부터는 대형마트에 아예 발을 끊었다. 아들이 중증 장애를 입고 장기 재택 치료 중이라 남달리 택배로 주문할 것이 많다. 게다가 세컨드 하우스, 교회로도 시켜야 하는 물품의 가짓수도 만만치 않다. 그토록 많은 주문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택배 물품을 못 받거나 잘못되는 배달 사고는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옆 동 라인의 같은 호수에 사는 분이 주문한 물품이 우리 집 문 앞에 배달되어 있었다. 옆 동에다 그것을 놓아두었다. 우리가 배달을 하도 많이 시켜서 아마도 배달원들이 착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며칠 후에,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이거 뭐지? 시킨 적도 없는데... 전송장 라벨은 확인해보.. 더보기
낯선 아저씨가 건넨 커피 직장 생활하면서 아들 간병도 틈틈이 해야 하는 내가 미용실에 들르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일 년에 서너 번 정도 미용실에 가는 게 고작이다. 그날은 예약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길에 미용실 문을 열어보았다. 얏호, 손님이 없었다. 그래서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퍼머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맘이 기뻤다. 원장님은 때마침 통화 중이었고 눈으로 환영 인사를 했다. 그래도 우린 서로 통한다. 왜냐하면 단골 미용실이니까. https://brunch.co.kr/@mrschas/43 05화 단골 미용실은 정하셨나요? -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해도 척척 알아서 진행 |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기간 동안에 유난히 뜸하게 들리는 곳이 미용실이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2~3개월에 한 번 정도 미용실에 갔었다. 참 오랜만 bru.. 더보기
이제는 홍시가 맛있다 주말에 시골을 다녀왔다는 교회 집사님이 잘 익은 홍시를 들고 오셨다. 나는 홍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와는 달리, 남편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홍시였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홍시가 싫지 않다. 나도 이제 홍시가 달고 맛있다. 집사님이 주신 달달한 홍시를 먹으며 잠시 옛 생각에 잠겨보았다. 그리고 집사님께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홍시를 잘 먹지 않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집은 감나무가 없었지만 옆집 흰바우댁은 커다란 감나무가 있었다. 초가 삼 칸 오두막집이었던 우리 집과는 달리 흰바우댁은 고대광실 큰 집이었다. 골목으로 통하는 흰바우댁의 대문은 넓었고 좌로는 사랑채가 있었다. 그 사랑채만 해도 우리 집보다 컸었다. 오른쪽으로는 외양간에 살찐 소들이 몇 마리 있었다. 넓은 마당을.. 더보기
밤, 밤밤밤 해마다 가을이 되면 햇밤을 오도독 오도독 소리 내며 먹고 싶다. 생밤의 맛은 달지 않고 고소하지도 않다. 고소한 맛은 질리고 단 것은 더욱 싫어하는 내게는 생밤이 참 맛있다. 남편은 매주 한 번씩, 재래시장에서 밑반찬을 사 온다. 그런 남편이 한겨울에 때 아닌 생밤을 사 왔다. 겉껍질을 깎아내고, 보니(율피)를 도려낸 생률 밤을 팔고 있는 것을 보니 생밤을 좋아하는 내 생각이 났던 모양이었다. 내가 올해 햇밤을 먹어보지 못하고 가을을 보냈다는 것을 기억했던 것이다. 풋풋한 생밤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햇밤을 보니 반가웠다. "에헤라 생률 밤이로구나~"라고 흥얼거리며 밤을 씹어 먹는데 밤에 얽힌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밤나무집 우리 골목 끝집은 분선네였다. 더러는 분선네를 '밤나무집'이라고도 불렀다... 더보기
세컨 하우스 말고, 마이 홈 2012년 11월에 자전거 사고로 의식을 잃고 지금도 중환자로 누워있는 아들은, 만 6년간 병원에서 생활했었다. 여러 가지 여건상 재택에서 케어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정을 한 후에 아들을 집으로 데려온 지가 벌써 만 4년이 지났다. 그날부터 우리는 '마이홈'을 잃어버린 셈이다. 드나드는 활동 보조사들이 여러 명이라 우리 집은 보금자리가 아니라 '병원 입원실'을 방불케 할 정도가 됐다. 우리는 등을 떠밀리듯이 세컨하우스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만 해도 1가구 2 주택에게 가혹한 주택 관련법이 있어서 그 법에 저촉되지 않는 공시 지가 내에서 괜찮은 집을 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집살이가 무척 불편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32평 아파트를 홀라당 아들의 간병 하우스로 내놓고 있기에는.. 더보기
<UP>을 보며, 마이 홈을 꿈꾸며 이 글은 '클로바노트'라는 앱을 활용하여 녹음한 것을 텍스트로 변환하여 완성된 글이다. 녹음된 것을 활자로 만나보니 맞춤법, 띄어쓰기, 구두점 등이 거의 완벽한 수준이다.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이 큰 도움이 되듯이, 앞으로는 하고자 하는 말을 녹음한 후에 AI의 도움으로 그것을 텍스트로 바꾸어서 글로 남길 수 있겠다. 나의 글쓰기 도우미 로봇을 가지게 된 것처럼 기분이 좋다. 남편에게 그 앱을 소개했더니 자신에게도 유용할 것 같다면서 당장 앱을 깔았다. '클로바노트 - AI 음성 기록'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naver.clova.minute 클로바노트 - AI 음성 기록 - Google Play 앱 녹음 내용을 눈으로 보면서 듣자, 네.. 더보기
백년손님이 와도 씨암탉을 잡지 않는다 사위를 본지 어언 6년이 지났다. 사위를 본 이후에 때때로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사위를 대하는 모습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그분들께는 사위를 대하는 웃픈 사연이 있다. 둘째 사위만 생각하면 분노가 차오르는 친정어머니 친정어머니에게는 3명의 사위가 있다. 맏사위는 당신이 좋아하는 뽕짝을 잘 불러줘서 사랑스럽다고 하셨다. 그 사위가 장모님한테 점수를 확 깎이고 말았다. 전화 통화로 맏사위가 장모에게 주소를 불러드려야 할 일이 있었다. "인천시 계양구 박촌동~" - 뭐라고? "박촌동이요." - 박통? 박송? 박천? "아니요, 박촌." - 말을 알아묵게 해라마. 도대체 뭐라카노? 맏사위가 불러주는 주소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친정어머니는 택배를 보내지 못하여 화가 몹시 났었다. 당신이 제대로 못 알아듣는.. 더보기
4인 4색, 산책길 A: 목사(남편) B: 교사 겸 브런치 작가(나) C: 생명과학 박사(사위) D: 개발자(딸) A, B, C, 그리고 D가 산책을 나섰다. 가을이 무르익고 있는 길을 걸었다. 대체적으로 화두는 B가 꺼낸다. B: 어머나, 가을인데도 아직 장미가 피어있네. A: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철 늦은 장미가 피어있는 산책길을 걸으며 A는 찬양을 흥얼거렸다. D: 하늘이 참 맑네요. 어떤 입력값이 있으니 하늘이 저토록 파랗겠죠? B:(속으로) 나라면 '눈이 부시게 하늘이 파랗네.'라고 했을 텐데 역시 D는 표현하는 방식이 나와는 다르구나. C: 아참, 꽃의 개화 조절 기작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에서 발표되었어요. B: 그게 무슨 말인지?. C: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 학술지 '사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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