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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말아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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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먹기

 

유판마로 389번 길에 멋들어지게도

 '389TH 카페'를  열었다

 

아메리카노 향 좋고

로스팅 기계 풀장착 했으니

님만 들이닥치면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주판알 굴려보니

보증금 5천에 월 300~

바리스타 월급이며 원두값 빼면 

본전 벌기도 아득하건만

개미 한 마리 얼쩡거리지 않았다

 

부모님 빌딩이라 임대료는 차치하더라도

찻잔 눌러앉는 눈물 이끼 때문에

'떡···*' 분식집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브로조아 같은 가게를 외면하

꼴진 고들이 폐업을 눈짓했다

 

'떡·튀·순·'쟁이들은 길가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엉덩이 반쯤 내밀고 

꼬치어묵을 질겅질겅 씹었다

 

간판 떼지 못한 이유는

금리와 물가가 내 그날에

몰려올 손님을 기다림이다

 

반들거리는 가게 바닥 에폭시를 

쓸데없 걸레질하는데

창문에 붙인 <임대문의>는 

바지사장이 송두리째 말아먹는 거 아니냐며 비웃는다

 


[사진: 픽사베이]

소설 같은 시를 써보다.

*떡·튀·순· : 이, 튀김, 순대를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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