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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실 엿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31】<MR. MEN> 속에 숨어있는 나를 만나다 Mr. Busy (바쁘다 바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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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 환자 아들이 지내는 본가의 앞 베란다 우수관에서 물이 샌다나? 

 

아들을 돌보는 활동보조사 샘이 베란다에 깔아 둔 장판지 밑에 습기가 고인다고 했다. 

나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귀찮다는 생각보다 그런 문제의 원인부터 살펴보게 된다.

원인을 알아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되는 일도 많다.

 

"바로 이게 문제였네요."

 

요리조리 살펴보니 원인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에어컨 실외기 배수 호스가 베란다의 우수관 뒤쪽으로 묶여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물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여름 내내 그 에어컨 실외기 배수 물이 장판지 속으로 들어간 것이 원인이었다. 

 

'음, 음.'

 

나는 곰곰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전문가를 부르지 않아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외기 배관 호스 크트머리를  앞으로 돌려 당겼다. 그 호스 뒤쪽에 종이컵을 접어서 받치니 그 배수는 정확하게 배수구 쪽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하니 앞 베란다에는 물기 하나 없이 고슬고슬해졌다. 골치 아픈 누수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베란다에서 걷어 낸 장판을 욕조에서 세척하여 화장실 세면기 옆에 세워두었다. 그렇게 해둔 지 며칠이 지나도 남편은 그 장판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 모양 그대로였다. 혹시 건드리면 내가 뭐라도 할 줄 알았을까? 남편은 그런 일을 보면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이다. 

 

며칠 후에 건조된 장판을 커터칼로 잘게 잘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버렸다.  남편은 베란다에 습기가 차는 일에 아무런 고민도, 일손도 보태지 않았다. 우리 부부의 사는 방식이 늘 이렇다. 

 


 

나에게는 늘 일이 따라다닌다. 

내가 눈을 감고 자는 시간 외에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빈둥빈둥이라는 단어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사모님은 늘 동동거리며 뭔가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활동보조사들은 내가 본가에서 쉼 없이 집안을 둘러보고 챙기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한다. 

나야말로 Mrs. Busy다.

 

 

일단 Mr. Busy와 나의 아침 시간을 비교해 보았다.

* 나의 아침 시간

6시에 기상하여,

- 하루일과를 준비하는 'Quiet Time'을 가진다.
- 세수를 한다.
- 간밤에 설거지해 둔 주방 그릇들을 제자리에 챙겨둔다.
- 식사를 한다.
- 머리를 만지고 화장을 한다.
- 옷을 챙겨 입는다. 
 
7시 30분에 출근한다.
* MR. BUSY의 아침시간

One fine summer morning, Mr. Busy was up and about bright and early at 6 o'clock.
He jumped out of bed and had a bath, and cleaned his teeth, and cooked his breakfast, and ate his breakfast, and read the paper, and washed up, and made his bed, and cleaned the house from top to bottom.
By which time it was 7 o'clock
Busy Mr. Busy!

(어느 화창한 여름날 아침, Mr. Busy는 6시쯤에 일어나서 밝고 이른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목욕을 하고, 이를 닦고, 아침을 요리하고, 아침을 먹고, 신문을 읽고, 설거지를 하고, 침대를 정리하고, 위에서 아래까지 집 청소를 했습니다. 어느덧 7시가 되었습니다. 바쁘다 MR. BUSY!)

 

[MR. Busy의 바쁜 아침 시간]

 

항상 분주하게 살고 있는 나보다 Mr. Busy가 훨씬 더 바쁜 것 같다.

 

There has never been anybody quite like Mr. Busy.

He could do things ten times as fast as ever you or I could.

For instance, if he was reading this book, he'd have finished it by now.

(Mr. Busy와 같은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그는 당신이나 나보다 10배나 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가 이 책을 읽고 있었다면 지금쯤 그 책을 다 읽었을 것입니다.)

 


 

Mr. Busy가 옆집에 사는 Mr. Slow에게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계단을 두 개씩 밟아 올라가다가 나중에는 세 계단씩 디뎌 올라간다. 그렇게 서두르는 Mr. Busy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다. 늘 뭔가에 쫓기듯 바쁜 내 모습이 Mr. Busy에 서려있었다.

 

나는 한 가지 일만 하고 있지 않는다. 멀티 태스킹 형이다. 

TV만 보지 않는다. TV 보면서 바느질하고, 휴대폰을 챙겨본다. 아니면 TV보면서 먼지를 닦거나 스케줄을 체크한다.

 

어떤 일을 하다가 눈 앞에 다른 일이 보이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그러다 보니 늘 일이 내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 같다. 그 일이 기회만 되면 호시탐탐 내게로 오려고 노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MR. Busy의 이웃에 사는 MR. Slow는 마치 나의 남편과 흡사했다.

남편은 바쁠 것이 없는 사람이다. 항상 차분하다. 밤 10시가 되면 잠을 자도록 세팅해 둔 로봇처럼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항상 제시간에 일어난다. 그에게는 급하고 어려운 일이 다가오지 않는다. 그가 분주하여 정신없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는 서두르는 것과 소란 피우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듯하다.

마치 MR. Slow가 그러하듯...

(He hated to be rushed and fussed. 그는 서두르는 것이나 소란 피우는 것을 싫어한다.)

 

 

Mr. Busy와 Mr. Slow가 소풍 가는 장면에서도 그들의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Mr. Busy가 후다닥 먼저 소풍 장소에 도착했으나 Mr. Slow는 아직도 출발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Mr. Slow는 소풍은커녕 '자신만의 소풍'을 즐기겠다며 침대 밑에 숨어버린다. 그 모습에서 남편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남편은 일이 몰려오면 어딘가 숨어 버릴 것이 뻔하다. 마치 Mr. Slow처럼...

 


라는 책 속에는 항상 분주한 내 모습이 보였다. Mr. Slow와 그 기질을 반반만 나눈다면 상호 좋을 것 같았다. 나도 Mr. Slow의 느긋함을 닮고 싶다. 이제부터 일이 몰려오거나 힘든 일을 만나면 어디 한 번 줄행랑을 쳐볼까나?

 

https://www.youtube.com/watch?v=qc9EvKlu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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