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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실 엿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32】<Mr. Forgetful> 속에 숨어있는 나를 만나다 Mr. Forgetful (건망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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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우리 중 하나를 부를라치면 오 남매의 이름을 한꺼번에 줄줄이 부르곤 하셨다.

 

"엄마, 내 이름만 딱 불러요."

"척하면 착이지. 아무나 대답하면 되지..."

 

어머니는 그런 것에 대하여 개념치 않으셨다. 우리는 자신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불리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되는겨."

 

어머니는 한 사람을 꼭 찍어서 부른 적은 별로 없었다. 본인은 그게 별 일이 아니라고 여기신 듯했다.

 


 

그런 면에서 나도 할 말은 없다.

 

"엄마는 꼭 나를 '찬ㅇ'이라 불러요."

 

"엄마는 나를 꼭 '향ㅇ'이라 불러요."

 

나는 아들과 딸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 일쑤였다. 그러면 애들은 상당히 기분 나빠했다. 

 

"저는 '향ㅇ'이 아니라 '찬ㅇ'이예요. 왜 이름을 반대로 불러요?"

 

"그럴 수도 있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되는겨."

 

내가 우리 애들에게 나의 어머니가 했던 멘트를 그대로 되뇌고 있었다.

 

 


 

요즘은 유명인이나 지인의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그들의 얼굴은 생각나는데 이름은 가물가물할 때가 많다. 때로는 이름 석 자 중에서 한 글자도 생각나지 않는다. 기억력 짱인 남편도 그런 면에서는 나와 비슷했다. 

 

"누가 먼저 그 사람 이름을 생각해 내는지 내기해요."

 

주로 산책 길에서 우리 부부는 그런 허접한 내기를 하곤 한다.

막상 내기를 하지만 어떤 때는 사나흘 후에야 그 이름이 생각나거나 영영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반드시 기억해 내려고 노력하세요. 그냥 그대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면 자꾸 더 심해져요."

 

딸은 우리가 단번에 무엇을 기억해 내지 못하면 끝까지 생각을 해보라며 기다려 주곤 했다. 

 

"우리의 기억력이 이 정도니 이제 시험을 치거나 자격증을 따는 일은 글렀어요. 때로는 내 이름도 생각나지 않을 판인데 어떻게 시험 문제를 풀겠어요?"

"그러네요. 익히 알았던 것도 생각이 나지 않니..."

이럴 때 우리 부부는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건망증이 있는 내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해야 할 일이 바로 '메모'하는 습관뿐이다. 그래서 나는 '메모광'이 되었다. 해야 할 일을 '일정 캘린더'에 입력하여 알람으로 처리해 둔다. 그렇게 하니 별 무리 없이 많은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다. 무엇을 기억해 둔다는 것이 이제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나의 메모장에는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번이 여러 페이지 분량으로 적혀있다. 기억의 한계를 느끼며 사용하는 나 자신만의 팁이다.

 

젊을 때는 지인의 연락처 몇십 개 정도는 쉽게 외우고 있었는데 요즘은 오직 내 폰 번호만 겨우 기억할 뿐이다.

이 정도면 디지털 치매가 아닐까? 

 

그래서일까?  <Mr. Forgetful>를 읽으니 공감되는 점이 많았다. 

친근감이 느껴져서 그에게 손을 내밀고 악수를 하고 싶었다.

 


 

물망초(Forget-me-not Cottage) 오두막집에 사는 Mr. Forgetful(건망증 씨)는 깜빡하고 잊어버리는 일이 빈번하여 대책이 없을 정도다.

 

It was one of those beautiful summer mornings that everybody likes to see.

In Forget-me-not Cottage the owner was fast asleep.  Mr. Forgetful.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여름 아침 중 하나였습니다. 물망초 오두막집의 주인은 잠들어 있었습니다. 건망증 씨.)

 

그는 자신의 집에서, 화장실에 간다는 것이 옷장 속에 들어가기도 한다. 심각하다. Mr. Forgetful.

 

[물망초 오두막 / 화장실로 착각하여 들어간 옷장]

 

그가 토스트나 계란을 태우는 일은 다반사다. 요리하고 있다는 것을 깜빡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Mr. Forgetful은  Farmer Fields에게 가서,  "Tell him there's a sheep loose in the lane!"("길에 양 한 마리가 풀려 있다고 말해주세요!")라는 말을 전해 달라는 경찰관의 부탁을 받는다. 

 

그는 그 말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가는 길 내내,

 

There's a sheep loose in the lane!

There's a sheep loose in the lane!

There's a sheep loose in the lane!

 

이라고 읊조린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마음이 가상하다. 그러나 막상 Farmer Fields에게 도착했을 때는 그 메시지를 기억해 내지 못한다.  그냥 "There's a goose asleep in the rain?" (비 속에서 거위 한 마리가 자고 있나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Farmer Fields는 "지금 비가 오지도 않거니와 나는 거위가 없다네."라고 한다. 

 

 

 

이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Mr. Forgetful이 그날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한 기억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그것을 보니 헤드라잇 창작자인 '마음씀'님의 글이 생각났다. 우리는 자꾸 기억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박제된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Mr. Forgetful의 손을 맞잡고...

 

 

https://m.oheadline.com/articles/JAMFgk9_3HdmI74QAr8bKg==?uid=6433af99937a48f78335160deb4629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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