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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실 엿보기

【 영어교실 엿보기 34】<Mr. Fussy> 속에 숨어있는 나를 만나다 - Mr. Fussy (꼼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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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봤을 때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두 분 다 Mr. Clumsy(털털 씨)를 닮은 것 같다.

 


 

"물고기는 맑은 물에서 놀지 않는 법이여, 사람이 너무 그러면 남들이 싫어해."

 

내가 깔끔 떨면 친정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유년시절의 고향 집 흙바닥 부엌은 무척 지저분했다. 장독에 길어다 둔 물을 덜어 내어 설거지를 했으니 그릇이 제대로 씻겼을 리 만무했다. 나는 물을 쏟아부으며 깔끔하게 그릇을 씻고 싶었다. 그래서 냇가에 나가 돌판에 소꿉살이 부엌을 만들어 맘껏 물을 끼얹고 끼얹었다. 그럴 때마다 내 맘이 개운해졌다.

 

"차라리 그러려면 절(寺)로 들어가라. 인간 세상에서 그렇게는 살 수 없는 겨."

"사람이 너무 유난스럽게 깔끔 떨면 복 달아나는 겨. 수더분해야 복이 오는 겨."

 

어머니는 희한한 말로 나를 나무라곤 하셨다. 

 

나는 행주나 걸레가 새하얀 색이 되어야 직성이 풀렸다. 모든 물건이 제 자리에 있어야 맘이 편했다. 그런데 우리 집은 그게 아니었다. 온갖 것이 나둥그러져 있는 집안을 보면 공황이 올 정도였다. 어떤 때는 마루에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마당으로 집어던지며 소리 내어 울었던 적도 있다. 정돈되지 않은 세상이 참 싫었다.

 

우리 집안은 깔끔한 구석이라곤 없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교복을 챙겨 입고 마을 앞 우물에 가서 두레박으로 물을 푼 후에 그 물로 교복을 손질했다. 속도 모르는 친구들은 나를 깔끔하다고 칭찬했다.

 

"너는 항상 옷을 깨끗하게 입네."

 

친구들은 내가 어떻게 교복 매무새를 다듬어 왔는지 알 턱이 없었다.

 


 

시어머니는 친정어머니보다 더 털털하셨다. 시어머니도 영락없는 Mr. Clumsy(털털 씨)였다.

시댁에서 내가 가장 기겁한 것은 바로 돼지고기를 세숫대야에 담가 놓은 것을 봤던 일이다.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담은 후에 돼지고기 덩어리를 담가두곤 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돼지고기에 있는 피를 뺀다고 그랬던 것 같다. 

 

"당신들은 발을 왜 세숫대야에 담그고 씻어? 그냥 물을 끼얹어서 씻으면 되지?"

"다 그러는 거 아니야?"

"아니거든요."

 

남편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투로 얘기했다.

 

"아, 그리고 어머님은 왜 다라이도 있는데 세숫대야에 돼지고기를 담가 두시는 걸까? 그것도 당신들이 발을 담그고 씻었던 그 세숫대야에?"

"어, 그런가? 한 번도 그 점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어쨌거나 나는 시댁에서 뭘 먹기만 하면 탈이 났다. 그래서 명절에 한 번씩 응급실을 갔다. 그 돼지고기 생각을 하면 꺼림칙하여 먹은 것이 소화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원래 '명절 동티'라는 게 있는 거여. 꼭 동티 나는 사람이 있당께."

 

내 속도 모르시는 시어머니는 내가 명절 동티가 난 것이라고 하셨다. 

그럴 경우에 친정어머니였다면 또 나를 타박하셨을 것이다.

 

"니는 참 별나데이, 우째 사람이 그 모양이고?"

 

라고... 다행히 시어머니는 그런 투로 말씀하지는 않으셨다. 나를 안쓰럽게 여기며 시어머니는 번번이 죽을 쑤어 주시곤 하셨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나도 이제는 걸레가 백옥 같지 않아도 그만이다. 내가 많이 털털해졌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벽시계가 조금이라도 비뚤어지게 걸려있는 것을 보면 바르게 돌려 걸고야 만다. 달력이나 그림이 살짝 기울어져 보여도 그냥 넘기지 못한다. 책상도 잘 정돈되어 있어야 하고 살림살이도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이런 나를 보고 친정 올케 언니는,

 

"아가씨가 지나간 자리는 항상 정리가 되네요."

 

라고 말하곤 했다. 내게는 정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손을 조금만 놀리면 금방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 그렇게 하고 나면 기분도 좋아진다.

 

"ㅇㅇ어미는 차근들이기(정리)를 잘 한당께."

 

시댁에 가면 냉장고를 비롯하여 곳곳마다 정리할 게 산더미였다. 여기저기 정리하면 지켜보시던 시어머니는 꼭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기질이 <Mr. Fussy> (꼼꼼 씨) 속에 많이 보였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Mr. Fussy is a perfectionist. He wouldn't tolerate anything imperfect. Mr. Fussy keeps his hair combed moustache trimmed, his shoelaces tied and his house neat.
One evening. he is working when his cousin from Australia comes for a visit, Mr. Clumsy! Mr. Clumsy cause chaos and at the end of his stay, everything of the house is disastrous. However, things just get worse for Mr. Fussy as a  friend comes to visit, Mr. Bump!

(Fussy 씨는 완벽주의자입니다. 그는 불완전한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Fussy 씨는 머리를 빗고, 콧수염을 다듬고, 신발끈을 묶고, 집을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어느 날 저녁, 그는 호주에서 온 사촌이 방문했을 때 일하고 있었습니다. 털털 씨(Mr. Clumsy)는 혼잡스럽게 어지럽히고 그의 머문 곳은 집안의 모든 것이 전쟁이 지난 간듯합니다. 그러나 Mr. Bump라는 친구가 찾아오면서 Mr. Fussy의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Mr. Fussy는 온종일 정돈합니다. 그의 가구는 물론이고 정원에 있는 꽃도 똑 바르게 키우기까지 합니다. 그의 집에 온 Mr. Clumsy는 화장실 바탁에 타월을 쟁여놓고 욕조에 물을 가득 채워두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치약을 반이라 다 짜 놨습니다. 이럴 때 Mr. Fussy는 숨이 막힙니다. 그렇게 한 바탕 분탕을 치르고 떠나는 사촌에게 Mr. Fussy는 "Goodbye!"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Good riddance!'(속 시원한 이별!)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조카나 딸의 친구가 한 달 이상 우리 집에 오서 지낸 적이 있다. 그럴 때면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우리 집에 와서 잠시 지내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들의 Clumsy 한 생활 방식을 견뎌내기가 몹시 어려웠다. 

 

그들이  짐을 챙겨 떠나는 순간에 맘 속으로 나도 Mr. Fussy처럼 'Good riddance!'라고 외친다. 왜냐하면 내 속에 Mr. Fussy의 기질이 다분히 있으니 Mr. Clumsy 나 Mr. Bump를 견뎌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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