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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우개와 로봇 커피 자판기 천신만고 끝에 객실 하나를 예약했다. 얏호! 교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수련원의 객실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추첨제여서 한 번도 당첨이 되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추첨 당일이 지난 후에 틈나는 대로 그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취소하는 분이 있다. 그렇게 하여 이번에도 객실 하나를 예약했다. 그래서 1박 2일로 집을 나섰다. 살인적인 더위라 숲속 길도, 해변 데크 길도 걸을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냥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먼저 영종 대교 휴게소에 들렀다. 집에서 20~30분 만에 들를 수 있는 곳이지만 그곳에 한 번 가보는 것도 맘처럼 쉽지 않았다. [커피 로봇 자판기] 전에는 그냥 보기만 했던 로봇 커피 자판기를 한 번 이용해 보기로 했다. 빠르게 .. 더보기
Dear 마이 브런치스토리 브런치스토리는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나의 놀이마당이다. 브런치스토리는 내 유년의 뜨락에 모락모락 피어나던 이야기꽃처럼 재미있다. 언제 들러도 다양한 얘기를 읽을 수 있다. 글맛집이다. 글로 보는 토크쇼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스토리가 참 좋다. 유년 시절 동구 밖 정자나무 밑은 우리들의 놀이마당이었다. 새벽 댓바람부터 먼산댁 막내아들 기태가 혼자서 사방치기를 하곤 했다. 한낮에는 온 동네 조무래기들이 왁자지껄 어우러져서 놀았다. 해거름에는 엄마가 데리러 나오는 애들은 아쉬운 맘으로 집으로 갔다. 그렇지 않은 애들 몇몇은 또 다른 놀이를 하며 놀았다. 밤이 되어도 정자나무 놀이마당은 재미가 쏠쏠했다. 그때는 귀신놀이를 했던 것 같다. 소 먹이러 가라. 동생 업어줘라. 콩밭 메라. 새참 만들어라. 유독 우리.. 더보기
남편을 엉엉 울리기는 커녕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마트에 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트에 발길을 끊고 살았다. 주로 새벽 배송으로 먹거리를 해결했다. 생필품 대부분을 택배로 주문했다. 배송완료 알림을 받은 후 현관문 열고 물품을 들여놓기만 하면 그만이라 만사 편리했다. 서서히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세컨 하우스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먹거리를 구입하고 있다. 그날은 통밀빵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참이었다. 아뿔싸, 드레싱 소스와 케첩이 바닥난 것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그걸 사러 마트에 갔다. 오랜만에 들린 마트는 뭔지 생소하고 어색했다. 낯선 나라에 온 듯했다. 주섬주섬 몇 가지를 골라 계산대 앞에 섰다. "휴대폰 뒷자리 번호와 성함을 말씀해 주세요." 마트 직원은 바코드 찍으며 내게 물었다.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이.. 더보기
거미의 아침(자작시) 거미의 아침 아침마다 나를 빼닮은 직장인들이 동동거린다 거미줄에 걸린 생명처럼 아파트 정문 앞 거미네 공사장은 밤새 분주했던 모양이다 개발 비리 없이 철근 누락도 없이 준공식 테이프를 자른다 영롱한 물방울이 먼저 걸려들었다 몇 마리 곤충도 거미줄에 묶여 자투리 생을 부여잡고 발버둥 친다 거미의 아침은 안녕이나 서늘한 바람이 분다 수많은 줄을 뜨개질하여 집을 지었던 그곳에 [거미가 집을 짓기 시작했다. / 슬슬 거미 자신의 몸뚱이보다 큰 놈이 걸려들었다.] [정교하게 거미줄을 쳐 놓고 걸려든 몇몇 곤충들의 바둥거림을 지켜보는 거미] 더보기
7말8초 휴가에 택한 피서법 아마도 오늘쯤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났을 것이다. (7/28, 금) 예전에는 7말 8초가 휴가철의 절정이었다. 마치 명절 때처럼 고속도로 휴게소는 발 디딜 틈이 없지 않았던가? 그러나 요즘은 자신의 스케줄에 맞추어 휴가를 잡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구태여 7말 8초 타이밍에 연연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도 다소 한산할 듯한 8월 7일에 1박 2일, 스몰 여행을 예약해 두었다. 오늘은 최근 들어 가장 여유로운 날이었다. 오전에 냉장고 속을 정리한 후 본가에 있는 아들에게로 가서 병시중을 했다. 오랜만에 오후에는 딱히 예정된 일이 없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그냥 내 맘대로 쉬면 된다고 생각하니 참 좋았다. 이제야 진정한 방학을 맞이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폭염에 교통 정체를 겪으며 휴가의 길에 오.. 더보기
500만 원 짜리 팔찌 in [닥터 차정숙] ['스포' 주의] 나는 대체적으로 아침 6시에 기상한다. 출근하여 학교에서 온종일을 보낸다. 퇴근길에 중병으로 투병 중인 아들이 있는 아파트에 가는 것이 일상적인 루틴이다. 그곳에서 여러 가지 간병에 관련된 일을 끝내고 다시 세컨 하우스로 간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저녁을 챙겨 먹고 집안일을 마무리한 후에 1-2시간 정도 여유가 생긴다. 그럴 때는 습관처럼 TV를 켠다. 리모컨을 들고 뭔가 짜릿하고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지러지게 웃을 수 있는 프로가 있으면 더욱 좋겠다. 그러나 좀처럼 그런 프로가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제일 먼저 뉴스를 시청한다. 속보 같은 것이 없으면 다소 안심하며 TV 편성표를 차근차근 훑어본다. 채널 0번에서 출발하여 130번까지 훑어봐도 구미가 당기는.. 더보기
어쩌다 '꽃 집사' 유년 시절에 그 좁디좁은 골목의 돌틈 사이를 비집고 올라와서 노란 꽃을 피웠던 민들레를 본 적이 있다. 동네 앞 논두렁에 부끄럽게 올라와서 보랏빛으로 피어났던 오랑캐 꽃을 본 적도 있다. 마을 어귀에 있던 두레박 우물 샘 가에 피어있던 살구꽃도 예뻤다. 자운영꽃이나 온산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진달래며 개나리를 보면 그냥 신이 나고 행복한 적이 있었다. 꽃이 좋았다. 그냥 좋았다. 후남이네 재실에 있던 수국도 좋았고 윤옥이네 담장에서 보았던 해바라기며 맨드라미도 예뻤다. 꽃이 있는 집은 일단 부러웠다. 나도 꽃을 가꾸고 싶었다. 우리 집에도 꽃을 심어보고 싶었다. 우리 골목에도 채송화, 봉숭아꽃이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어느 날 내 마음을 내보였더니 어머니는, "니 콧구멍에나 심어라. 코딱지 .. 더보기
'낙화'라는 시를 읊다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대학 시절에 읊조리곤 했던 시가 있다. 이형기의 '낙화'다. 올 해는 유난히 꽃이 흐드러졌다. 학교 울타리에서 보는 마지막 봄이라는 생각이 확 다가왔다. '나의 사랑, 나의 결별'이라는 시 구절이 가슴에 확 와서 꽂힌다. "아, 영어 수업 시간 너무 재미있다." 수업을 끝내고 교탁을 정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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