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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날>>을 홀로 정했다 '어린이날'이라고 매스컴에서 떠들썩했다. 그도 그럴 것이,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아무 데나 맘 놓고 갈 수 있으니 어린이는 물론이고 모두가 신이 났을 것이다. 뉴스를 보니 어린이날 선물이 웬만하면 20~30만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그 선물을 받은 어린이가 그것을 얼마나 오래도록 가지고 놀지? 애먼 돈만 날리고 또다시 새로운 선물을 기대하고 있을 어린이들도 많을 것이다. 어린이날이라고 하지만 나는 막상 선물할 데도 없다. 아직 손주가 없으니... 그런데 신생아 보다 더 손이 많이 가는 34살 된 아들이 있다. 11년째 병상을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 녀석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아들에게는 어떤 선물도 아무 의미가 없다. 입으로 음식을 삼킬 수 없고 손으로 무엇을 할 수도 없는 절대 무능한 상태이기 .. 더보기
요즘 누가 부채질하나요? 요즘 누가 부채질하나? 요즘은 어딜 가나 에어컨이 빵빵하다. 대중교통 안은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다. 찜통더위에도 에어컨 바람 때문에 긴 팔 소매 옷이 필요할 때가 종종 있다. 에어컨 없는 곳에 나가면 더위를 더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위를 견디는 힘이 부족해진 듯하다.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는 손 선풍기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러나 요즘 부채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나는 접부채 두 개를 가지고 있다. 아예 침대 위에 펼쳐 진열해 두었다. 그 부채에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2005년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교사 임용을 위한 연수를 받을 기회가 왔다. 대학을 졸업한 지 22년이 지났던 때였다. 그 이야기를 브런치스토리에 발행한 적이 있다. https:.. 더보기
송별 시를 보냅니다~ ㅇㅇㅇ 교장 선생님,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 해 봄이 기억납니다.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코로나가 창궐할 때 저희 학교 교감 선생님으로 부임하셨지요. 첫날부터 코로나 상황의 학사 일정 때문에 얼마나 힘드셨는지 다 압니다. 그 해 신입생 입학식은 6월에 있었지요. 그런데 신입생 중에 첫날 등교하다가 되돌아가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우리 모두는 혼비백산했었지요. 그 학생은 코로나 때문에 집안에 갇혀 있는 내내 마음의 병을 얻었던 것 같아요. 참 가슴 아픈 출발이었어요. 교감 선생님은 제 때 식사 한 번 못하시고 등교맞이 및 급식지도로 늘 서 계시던 모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그러다 보니 교감선생님은 면역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지셔서 건강에 적신호까지 왔었지요. 제가 상신한 공문에 혹시 고쳐야 .. 더보기
마지막 스승의 날에도 들판에서 나물을 캐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 소쿠리에 담긴 나물을 굳이 뒤집어 부풀렸다. 부피가 많아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야 칭찬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물을 그만 캐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하필 발밑에 싱싱한 나물이 눈에 띄곤 했다. 그러면 논두렁에 앉아서 나물을 더 캤다. "꼭 집에 가려고 할 때면 나물이 더 많이 보이네." 조무래기들은 돌아가던 길을 멈추고 허겁지겁 다시 나물을 캐곤 했다. 그러면 이내 사방이 어둑해졌다. "원래 그런 기라. 집에 갈라카마 좋은 기 더 마이 보이는 기라." 할머니는 소쿠리에 가득 담긴 나물을 받아 들며 말씀하셨다. 그것이 잘했다는 칭찬으로 들렸다. 50여 일 정도 수업을 하고 나면 나는 교직을 떠난다. 요즘 들어 부쩍 학생들이 .. 더보기
당신은 마해자입니까? 저는 마혜자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신조어 제조기처럼 말을 곧잘 만든다.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러나 자기네들끼리는 잘 통한다. 그럴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J가 하필 '쓰기' 수행평가 보는 날 결석했다. 그다음 날 등교한 J에게 을 발부해 주었다. "점심 식사한 후에 곧바로 교무실로 오는 것 잊지 마. 영어 수행평가 봐야지." J가 점심을 우선으로 먹은 후에 수행평가는 보러 오지 않을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됐다. J로 말할 것 같으면, 걔는 공부에는 관심 없는 학생이다. P가 그의 남친이다. 지난해부터 그들은 꽁냥꽁냥 잘 지내는 사이다. 쉬는 시간마다 그들은 자석처럼 붙어 다닌다. 복도나 구름다리에서 둘은 손을 잡고 있기도 한다. 아무튼 J는 열애 중이다. J는 영어에 대한 기본 실력이 .. 더보기
모두들 숨이 멎을 것 같았어요 지난해 가르쳤던 E는 '함구증'이었던 것 같다. 1년간 그 학생이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모둠별 과제에 동참하고 수업시간에 집중도 잘했다. 졸지도 않았다. 학습지 과제나 교과서의 빈칸을 채우는 걸 보면 수업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의 수업은, 모든 학생들이 예외 없이 순서대로 발표를 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E의 순서가 되면 학생들은 조용해진다. 나는 E가 잘 해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가령 대화를 듣고 답을 체크하거나 선다형 문제 등을 하도록 한다. 그럴 때마다 E는 손가락으로 정답을 가리켰다. 학생들은 그런 E를 놀리지 않았다. 대신에 E가 답을 잘 맞히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와우~ 워얼~" 그럴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모둠별 수행 평가 때였다. 모.. 더보기
예쁘거나 귀엽거나 나를 객관화해 본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나는 어디 한 군데도 다른 사람보다 나아 보이는 구석이라고는 없다. 미용실에 가면 머리숱이 적고 머리카락이 힘이 없다는 핀잔을 듣는다. 그래서 파마를 해도 제대로 웨이브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미용사가 말했다. 미용사 입장에서는 머리숱이 많고 탄력 있는 머리카락을 가진 고객이 더 좋을 것이다. 나는 뒤통수가 못났다. 나의 뒤꼭지는 절벽 같다. 만약 뒤통수가 예뻤다면 헤어 스타일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미용실에 가는 이유는, 납작한 뒤통수를 파마 웨이브로 은근슬쩍 캄푸라치해서 조금이라도 봉긋하게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이마도 예쁘지 않다. 이마 주름도 있다. 요즘은 '이마 보톡스 시술'이 유행이다. 내가 바로 그 시술을 받아야 할 사람.. 더보기
저더러 '자존감 도둑'이라고 하네요~ 일의 발단은 이랬다. 그즈음에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에어컨을 켜기에는 약간 이른 감이 있었다. 예배 시간에 더위를 많이 타는 분들을 위해 개인용 선풍기를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게 클립형 미니 선풍기가 생각이 났다. 그것은 아들이 6년간 병원생활할 때 사용했던 것이다. '그게 딱일 것 같아.' [사진 출처: 쇼핑 하우] 더위를 타는 성도들 앞에 그 미니 탁상용 선풍기를 꽂아두기로 했다. 그래서 커다란 토트백에 미니 선풍기 몇 대를 챙겨 담았다. 주중에 교회에 들르는 남편에게 그것을 교회에 가져다 두라고 했다. ◑ 일요일 아침에 일찌감치 교회에 도착해 보니 토트백에 선풍기가 얌전히 담긴 채로 그대로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이렇게 그대로 가져다 놓기만 하면 누가 선풍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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