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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을 떠나며

이마, 주름살 펴져라!(에필로그)- 퇴임했지만 얼굴 피부에 열라 신경 씁니다 쌍꺼풀 수술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쌍꺼풀 수술을 한 사람을 대하면 원래 모습과 확 달라 보여서 어색했다. 그냥 타고난 모습이 더 나아 보였다. 굳이 눈에 칼을 대어 예쁘게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눈' 성형 수술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나는 쌍꺼풀이 있는 눈이라 그 수술은 할 턱이 없었다.  몇 년 전, H샘의 얼굴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줄 알았다. 차마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H샘은 선글라스를 끼고 근무하셨다. "안검하수 수술했어요. '눈' 성형 수술을 4가지나 했답니다."'옴마야, 세상에, 무슨 일이야. 고통을 견디고서라도 예뻐지고 싶으셨나 보다.'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검하수'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다. 안검하수란? 눈꺼풀 처짐증이라고도.. 더보기
브런치 덕분에 '미라클 모닝!'출근하지 않지만 늦잠은 자지 않아요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꽃을 시샘하는 비라고 하기엔 다소 늦었다. 낙화가 시작된 후에 비가 내렸다. 그래서 올해는 꽃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그만하면 얄밉지 않은 비다. 월요일이었다.비 오는 월요일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오기 싫듯이 교사도 출근할 맛이 나지 않는다. 나는 이제 편안하게 월요일 아침 시간을 즐긴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바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어색하다. 여유로운 나의 아침을 집안의 꽃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까? 예년보다 꽃이 더 예쁘게 피었다. 방시레 웃어 주는 듯하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겨울을 이겨냈던 긴기아난이 드디어 만발했다. 그 자태가 우아하다. 긴기아난 향기에 모닝커피 향이 어우러져 거실 풍경은 마치 고급 카페 같다.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집안 이곳.. 더보기
집밥의 시대가 찾아왔어!- feat. 노트르 담 드 파리 학교에 근무할 때, 점심시간이 기다려졌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점심 식단을 다 외우고 있을 정도다. 어떤 학급에는 교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식단을 띄워놓기도 한다. 4교시를 마치는 종이 울리면 학생들은 우르르 게시판 쪽으로 달려 나오곤 했다. 다시 한번 게시판에 있는 그날의 식단을 확인하려고...  나는 학교에서 하루에 한 번, 남편 생각이 나곤 했다. 제대로 된 점심을 나만 먹는 것이 미안했다. 급식이 웬만한 식당 메뉴를 뺨칠 정도로 좋았다. 이 학교에서 5년 정도는 점심 식사하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저는 하루에 한 번은 남편 생각을 해요. 점심 식사할 때마다...""저는 급식 먹으러 학교에 와요." 식판에 맛있는 반찬을 챙겨 담으며 동료와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이 학교의 급식이 맛.. 더보기
꽃잔치, 'Non-모바일' 초대장을 받다- 이제부터,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인천대공원'에 가려고요 퇴임을 하니 좋은 점이 꽤 있다. 이제 출근하지 않으니 평일에 나들이하는 일이 참 용이해졌다. 관공서 방문도 그렇고 은행일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여행을 가더라도 평일에는 혼잡하지 않아서 좋다. 교사는 덥거나 추울 때 대체적으로 여행을 가야 했다. 방학 이외에는 시간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12년 전, 마지막 모임 후에 적은 단상] 12년 전에, 가깝게 지냈던 세 쌍의 부부가 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매월 첫째 토요일에, 인천대공원에서 서로 얼굴도 보고  산책하는 모임이었다. 인천대공원 원두막에서 김밥과 닭튀김을 먹은 후에 호수 둘레를 거닐었다. 그 정도의 산보였으나 도란도란 정겨운 만남이었다. 2012년 11월 첫째 토요일에도 정기 모임이 있었다. 그 모임이 있은지 3일 후에 아들이 절체절명의.. 더보기
'구직급여'를 신청하려고~- 학교 옆, '고용 센터'에 갔다 '구직급여'라는 말을 처음 들어 봤다. '실업급여'의 다른 이름이 '구직급여'였다. 실업급여를 받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종종 있다. 그게 남의 일이라 예사로 들었다. 그런가 보다 했다.  정년 퇴임을 앞두고 대부분의 짐을 집으로 다 챙겨 왔다. 나의 퇴임은 지난해 8월 말이었다. 학년말이 아니어서 내가 가르치던 학급과 담당했던 업무를 그대로 이어서 근무할 기간제 교사를 구해야 했다.  퇴임 후에 곧바로 6개월 더 근무할 수 있겠는지 교감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내가 하던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기로 계약했다.   배후에 그런 일이 있는지 학생들은 알 턱이 없었다. 나는 하던 그대로 내가 담당했던 학생들을 가르쳤고,.. 더보기
일단, 자동차를 없앴습니다- 나의 퇴임에 맞추어 떠난 사람과 그의 애마 나는 운전을 늦게 시작했다. 별명은 '차가이버'인데 아이러니하게 운전하는 것은 싫었다. 나의 성씨가 차(車)이고 뭔가를 잘 고친다고 사람들이 붙여준 것이다. 좌우지간, 운전을 하지 않고 평생을 지내고 싶었다. 그냥 기사님 모시고 사는 사모님이고 싶었다. 나는 고작 4년 정도 운전했다. 그즈음에 아들이 대학 내에서 자전거에 넘어져 엄청난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남편은 몇 번이나 정신을 잃었다. 나도 처음에는 다리에 힘이 빠지고 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정신을 차렸다.아들이 당한 사고 때문에 내게 온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은 3가지였다.방문을 닫을 수 없었다. 문을 닫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불을 켠 채 자야 했다. 컴컴하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더보기
학교를 영영 떠날 결심- 마음이 좀 그렇네요 벌써 눈에 선하다. 학교 옆 그 뚝방길이...뚝방길에 흩날리던 벚꽃은 제철보다 일찍 내 맘속에 활짝 폈다. 뚝방길 근처에 있던 학교에는 꽃처럼 아름다운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이 벌써 그립다. 만나면 비타민처럼 톡 쏘는 미소로 인사하던 학생들... 그들은 내가 없어도 그 웃음 그대로 흩날리며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고 있으리라. 모두들 정신없겠지. 예년 같았으면 나도 이맘때쯤에 무척 바빴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평일인데도 출근하지 않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학교 옆 '꽃마루'는 사시사철 손짓을 해댔다.그러나 앞으로는 그곳에 가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누군가를 마주칠 것 같아서... 어떻게 그 학생들을 멀거니 마주 할 수 있겠는가? 꽃마루는 그랬다.봄에는 유채꽃 향이 교실 안으로 풍겨 .. 더보기
2월은 정겨운 선물의 계절이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다니! 학교의 2월은 서로 온정을 주고받는 계절이다.이별의 아픔이 있지만 보내기 섭섭하여 맘에 담은 자그마한 선물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학교 풍습이 있다. 나도 매년 이맘때쯤이 되면 헤어지는 선생님들께 작은 것이라도 선물을 전하곤 했다.그런데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 되곤 했다. [내가 직접 출시한 폰트로 입력한 글]그래서 몇 번은 이별의 메시지를 폰트로 입력하여 출력한 적도 있다.그것을 선물에 하나씩 붙였다. 내가 그렇게 하는 반면에 나는, 대체적으로 손글씨로 쓴 편지를 받았다.그럴 때는 늘 빚진 기분이 들곤 했다. 헤어질 때 비로소 속 마음을 전하는선생님들이 대단해 보였다.  바쁜 학년말인데도 한 분 한 분을 기억하며 편지를 쓰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맞춤형으로 선물을 챙겨주는 그분들의 경지를 나는 도저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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