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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사의 가지각색 삶

19. 누룽지를 끓이다가 울었대요 안갯속 같은 미궁에서, 오늘은 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는 날이다. 누구에게 신성한 나의 표를 행사해야 하나?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해는 밝았고 대선 후보자들만큼이나 나도 떨린다. 내가 누구에게 투표를 할는지 나 자신도 궁금하다. 한 표가 귀중한 모양이다. 오미크론 확산을 그토록 조심하면서도 확진자들에게도 투표할 기회를 준다. 한 표가 모여서 결국은 전체가 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만났던 사위가 20대 대선 후보들의 정치 능력에 대하여 박사답게 잘 설명했었다. 그때는 분명히 고개를 끄덕였는데 또 여기저기 들리는 소리에 그 확신이 점점 흔들리고 있다. 사전투표를 끝마친 남편이 부럽다. 일단 아침을 먹고 다시 내 맘을 결정하려고 냉장고 문을 열어보았다. 냉동실에 누룽지가 보인다. 누룽지를 끓이다가 문.. 더보기
18. 안폰카신시마(저작권없음) 시대마다 전쟁을 겪는 건가? 시대마다 나름의 어려움이 있겠지.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와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 시대 이후에, "나 때는 말이야, 말도 마라, 코로나가 얼마나 극성을 부렸는지."라고 썰을 풀 날이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코로나 시대의 상황에 대한 기록을 생생하게 남겨두어야 할 것 같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뵌 적은 없는데 얼핏 듣기로는, 벌목을 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갔다가 병을 얻어 돌아가셨다고 했다. 감옥살이를 하다가 귀한 생명을 저버려야 하는 시대가 있었나 보다. 어머니: 어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나서 열 살까지 그곳에서 살다가 해방을 맞이하여 귀국선(歸國船)을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셨다고 했다. 나라를 잃고 창씨개명을 하며, 주권도 인권도 유린당했던 시대의 아픔.. 더보기
17. 학교를 덮친 코로나 # 비대면 종업식날 감동하다 종업식날이었다. 학교에는 학생이 없었다. 비대면으로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일과 후에 몇 명의 학생들이 교무실에 들어왔다. 사탕, 초콜릿을 담은 쇼핑백을 들고 포스트잇이 잔뜩 붙은 롤링페이퍼를 들고 왔다. 갑자기 내 몸에서 행복 호르몬이라는 도파민이 솟아나는 듯했다. 2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것은 2년간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학교가 이겼노라고 승전고를 울리는 듯했다. 내가 가르치는 학급의 학생들이 각 과목 선생님들께 자신들의 감사한 맘들을 적어서 마무리하는 대면 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 “처음에 영어가 재미없었는데 수업을 들을수록 흥미가 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ㅇ현 드림 정ㅇ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업 시간에 점점 교사와 눈을 맞.. 더보기
16. 'N잡러'입니다 몇 가지의 일을 하며 사시나요? 제가 하는 일은 한둘이 아니라 N개입니다. 여럿을 의미하는 N을 사용하여 ‘N 잡러(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제가 하는 N개의 일을 나열해 보면서 잠시 쉬어 볼까 합니다. @ 저는 중학교 영어 교사입니다. 교사는 학교에서 ‘눈썹을 휘날릴 정도’로 바쁩니다. 물론 방학이나 주말, 그리고 휴일이 있긴 하지만, 교재 연구와 시험 문항 개발, 성적 처리, 맡은 업무 등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엄연한 직장입니다. @ 저는 교회 담임 목사의 사모입니다.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는 일 외에는 교회 일에 목사님과 함께 동역하며 일합니다. 성도들을 섬기고 챙기는 일을 합니다. 미자립교회이긴 하지만 잔손 가는 일이 참 많습니다. @.. 더보기
15. 나의 글쓰기 습작 도우미 모로동 할머니 모로동 할머니는 아랫 담에 사셨다. 얼굴에는 온통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틀니가 없던 시절이라 그랬으리라. 이가 몽땅 빠진 할머니의 입은 마치 복주머니를 끈으로 조여 맨 입구 같았다. 내 유년 시절에 모로동 할머니는 하룻저녁도 빼놓지 않고 웃담에 있는 우리 집으로 오셨다. 물론 나의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놀려고 오셨지만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편지 한 장만 써다오.” 할머니는 한지를 덕지덕지 바른 호롱 등을 들고 오셨다. 바람이 센 날은 등 속의 호롱의 심지가 흔들려서 불이 꺼지기도 했다. 할머니의 닳은 흰 고무신은 종이처럼 얇았고 그게 찢어질 때면 실로 꿰매기도 했다. 할머니의 고쟁이 바지 속에는 구겨진 양면 괘지가 들어 있었다. 초등학교 2~3학년 때의 일인 것 같.. 더보기
14. 다듬잇돌 고향 산 좋고 물 좋고 인심까지 좋은 가야산 자락이 나의 고향이다. 가야산의 매력을 아는 자가 많으리라. 가야산의 남산인 매화산의 매력과 해인사 입구 홍류동 계곡도 유명하다. 언젠가 그 계곡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낸 적이 있는데, 박지원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라는 수필 문맥이 떠올랐다. 박지원의 글에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강물을 건너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보고 듣는 것이 수시로 병이 됨이라.’ 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에 되짚어보니 더욱 맘에 와닿는다. 고향 마을은 유판마 혹은 유촌(兪村)이라고 불렸다. 동구 밖에서 고무줄놀이, 학교 놀이를 했던 곳에 큰 버드나무가 있어서 버들류 ‘柳’의 유촌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그 마을은 앞산에서 쳐다.. 더보기
13. 더 늦기 전에 찾고 싶어요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에서 유명인들이 오래전에 헤어졌던 지인을 찾아서 해후하는 장면을 종종 보아 왔다. 때로는 지인을 찾았지만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브런치'를 통하여 꼭 찾고 싶은 분이 있다. 더 늦기 전에, '브런치는 사랑을 싣고'라고 외치며 그분을 만나 뵙고 싶다. 고교 진학을 앞둔 때였다. 면 소재지에 있던 고등학교에서 교사 한 분이 우리 집에 오셨다. 그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대학까지 시켜주겠다고 했다. 이웃 고장인 거창에서도 몇 분의 교사가 찾아왔다. 그 고등학교는 미국과 연계되어 있어서 유학까지 보장한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공무원은 발령장 하나면 다른 학교로 이동하게 되는 거다. 그런 말은 믿을 필요 없다.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하는 거.. 더보기
13.<포토 동화> 여뽀세요? https:// 아기가 제주도에 갔대요. 모든 것이 다 신기한가 봐요. 아기는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어요. 거기 아무도 없나요? 어느 누구랑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아기예요. 거기 누구 이 아기랑 놀아줄 분 없나요? 아기가 친구를 찾고 있어요. 아기의 제주도 여행은 오래오래 아기의 눈망울에 남아 있을 거예요. 배가 고팠나 봐요. 밥을 맛있게 먹고 있네요. 아기야,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렴 ㅎㅎ 포토 동화.pdf [아기의 제주도 여행] [아기의 제주도 여행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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