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영어교사의 가지각색 삶

43. 브런치로 잔치국수 먹었어요 여름 방학 직전에, 동료 미술 교사가 자신의 개인 전시회를 연다고 알려주면서 시간 되면 놀러 오라는 말을 건넸다. 뉴욕이나 캐나다의 미술관에서 한정된 시간에 쫓기어 감질나게 그림을 봤던 기억이 있어서 그 아쉬움을 달랠 겸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 기간이 휴가와 겹치고 여러 가지 일정으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2주 전에 코로나 확진까지 되어서 방학을 깡그리 날린 즈음이었다. 그래도 기회가 닿았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서둘러서 그곳으로 갔다. 11시부터 오픈한다는 전시회 리플릿을 봤지만, 오후 일정이 있어서 좀 일찍 가서 감상하고 돌아올 요량으로 그 카페로 갔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제일 간편한 행보일 것 같았다. 한 시간 먼저 당도했다. 괜히 미리 도착하여, 마음 졸이며 .. 더보기
42. 구봉도 해솔길 개미허리 아치교에서(자작시) 구봉도 해솔길 개미허리 아치교에서 첫 길인데 하얀 가디건 입은 천사가 길 안내를 시작한다 인생은 구비구비 만남이 있어서 살 만하다며 쉽게 당도한 구봉도 해솔길 개미허리 아치교에서 희희낙락하다가 가이드를 놓쳤다 어디로 갈까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게 정답이지 인생도 그렇게 휘돌아 다시 간다면 그대 웃음소리 들을 수 있을 텐데 돌아가는 길 대신에 해변길로 왔더니 수십 년 쌓인 조개무지며 어제 본 듯 반기는 낯 모르는 강아지가 오늘의 발자국이 된다 낙조대 해넘이 앞에서. 더보기
41. 저는 지금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브런치라는 '글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지 딱 두 달이 지났다. 내 머릿속에 실타래같이 뭉쳐 있고 군자란 뿌리처럼 얽혀있던 것들을 글로 정리하여 덜어내니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그 이면에 구독자들이 한 분씩 차례대로 자리를 메꾸어주고 독자들은 '라이킷'으로 응원해주니 그 재미가 쏠쏠했다. 두어 달 동안, 취미생활이 브런치 나들이었다. 브런치 메인 화면의 왼쪽 상단에 있는 삼색바를 누르면 다양한 메뉴를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통계' 부분이 흥미로웠다. 어느 날 보니, 조회수가 2,222회였다. 20일 만의 조회수로 치면 많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2022년에 보는 2,222회는 신기했다. 그래서 3,333회가 되는 순간을 캡처해 보려고 맘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4,444회까지 그 순간을 포.. 더보기
40. 실용실안을 뺨칠 간병 용품 퍼레이드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 :"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가 했던 유명한 말이다. "하루라도 바느질을 하지 않으면 손바닥이 간지럽다."라고 바느질을 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내가 하는 말이다. 내가 바느질했던 실의 길이는 지구를 한 바퀴쯤은 휘감을 정도다. 그런데 정작 나는 바느질 쟁이가 아니다. 미싱을 배운 적이 없으므로 요령껏 직진으로 운전하듯이 앞으로만 박음질할 뿐이다. 손 바느질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 때문이다. 나이 23세에, 자전거 사고로 하루아침에 정신을 잃고 소통 제로의 상태가 됐다. 아들을 돌보는 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손이 많이 간다. 마음이 아프고 힘이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머.. 더보기
39. 반려 가전제품, LG 전자 레인지 드디어 폰을 교체했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하고 있었던 폰은 2016년 10월 1일, 딸의 결혼식 날에, 축하하는 기념으로 '갤럭시 S7'을 현찰로 구매했다. 나는 휴대폰은 삼성 갤럭시를 애용한다. 아이폰 유저들은 항상 그 제품만을 애호한다. 뉴욕에 잠시 갔을 때, 홈스테이 맘이 삼성 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때 기분은 뭐라고 형언할 수 없었다. 전 세계에 수많은 브랜드가 있을 텐데, 뉴요커가 Samsung이라는 로고가 선명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을 봤을 때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뿌듯했고 자긍심이 솟아났었다. [용량 부족으로 내 곁을 떠나는 갤럭시 'S7' ] 하여간 갤럭시 S7 폰은 말썽을 한 번 부리지 않고 나와 동고동락을 해왔다. 문제는 엉뚱한 데에 있었다. 점점 폰 사용에 불편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더보기
38. '알고리즘'이 보내준 보석같은 선물, <파친코> 를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유튜브 AI가 나에게 적합하다고 여겨서 추천 영상을 띄워 주어서 뜬금없이 알게 된 것이다. 파친코에 대해서 알아 봤다. 파친코(Pachinko)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 (Min Jin Lee)의 장편소설로, 2017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살던 훈이와 양진 부부와 그들의 딸 선자에서부터 시작해 선자가 일본으로 이주해 간 후 낳은 아들과 그의 아들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일가족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겪는 멸시와 차별과 그 속의 처절한 삶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파친코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행사업으로, '자이니치'의 삶에서 그나마 가능했던 직업인 파친코 사업과 이 사업을 둘러싼 그들의 처절한 삶을 적나.. 더보기
37. 픽션같은 넌픽션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강미의 곁으로 달려왔다. 죽었던 것 같았던 나무들의 가지마다 생명의 호흡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강미는 봄이 오면 언제쯤 꽃이 만발할 지를 잘 안다. 아버지가 떠나시던 날, 상여에 꽂혀 있던 종이꽃보다 더 화려하던 만산의 진달래와 들길의 개나리를 잊지 않고 있다. 달력을 챙겨보니, 어라, 아버지의 40주기 기일이 오늘, 내일인데 벌써 윗녘에 꽃이 만발했다면, 남녘의 고향, 그곳에는 이미 벌써 봄이 찬란하게 한바탕 꽃을 피우고 지나갔을 게 뻔하다.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인 게 맞다. 봄이 더 빨리 오는 걸 보니 그렇다. 고향, 희숙이네 샘물 가에 있던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떠나 버린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졌을 것이다. 누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 더보기
36. 단골 미용실은 정하셨나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기간 동안에 유난히 뜸하게 들리는 곳이 미용실이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2~3개월에 한 번 정도 미용실에 갔었다. 참 오랜만에 '그' 미용실에 들렀다. 코로나 시기에는 공공장소에 가는 발길을 끊었다. 나 때문에, 소속된 학교의 모든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2주간씩이나 자가 격리를 하게 된다면 그 미안함이 오죽할까 싶어서 아예 원천 봉쇄하듯이 생활을 했었다. 그래서 새치 머리를 염색하러 미용실에 가는 일을 대신하여, 염색 도구를 사서 셀프 염색을 했었다. 몇 달 전엔가 들렀던 단골 미용실 원장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백신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다고 했다. 협심증이라는 병을 얻게 되었고 허리가 끊어지게 아프다고 했다. 별일 없기를 바라면서 내심 걱정이 됐다. '그' 미용실을 어렵사리 .. 더보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