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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일기(日記)
한파가 성질을 부리며
서울을 덮쳤을 때
하필 서울대 사범대에서
창의성 관련 연수를 받고 있었다
이 시대는 창의성이 없으면 끝장이란 걸
눈치챘던 날에,
'S.N.U.'* 또렷이 새겨진
롱패딩을 입은 학생이 지나갔다
창의성 만땅일 것이고
먹는 것엔 관심 없을 테고, 어쩌면
이슬 먹고 살 것 같았다
마스크와 비니 모자 사이를 비집고 나온
지성과 멋짐으로 영재스러운 그가
체감 영하 20도에
언 손으로 아. 아.*를 들었다
얼. 죽. 아.*다
먹고, 마시는 것이 행복인 줄도 아는 그는
모르는 게 없나 본데,
12년째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중증 환자,
내 아들은 무슨 재미로 사는지
창의성을 논하는 일은
아들에게는 사치다
얼. 죽. 아. 따위는
더욱 넘. 사. 벽.*이다
* Seoul National University
* 아이스 아메리카노
*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사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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