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썸네일형 리스트형 해후의 방(단톡방) 해후의 방(단톡방) 600명 ×3개 학년 ×백주년=180,000명!!산술적으로 봐도 10만 대군보다 많을동기, 동창, 동문의 안중(眼中)을 떠나 산 지반세기 N명이 N개의 삶터에서명문의 기운 반사하며사회의 빛나는 기둥으로촘촘히 서 있었을 우리 무슨 복에 이 군락에 끼어자존감을 지킬 수 있었을까 누구는 돈을 세탁하고어떤 이는 개명도 하지만, 우리는 애오라지 배움으로한결같은 남가람처럼겸양한 비봉산 닮아우리 몸이 큰 하나에 맺혔다 * 형제는 천륜이요한솥밥을 먹는 자가 식구일진대같은 교가를 부르는우리는 찐 자매다한 백 년도 더 동행할 언니, 동생이다 악보와 반주 교가 #287 진주여자고등학교 교가(youtube.com)-'진주여고' 교가 유튜브 링크입니다. *- 진주여고 '교가'를 패러디함[시작 노.. 더보기 예고 없이 내리는 눈 예고 없이 내리는 눈 어제는 기가 막힌 일이 터졌다 크게 울 일이었다 오늘이라도 울 참이었으나울 타이밍을 놓쳤다 하늘은 'F'였다내 울음보를 공감한 하늘이조각조각 하얗게 찢어지고 있었다 내리는 눈이 나를 대신하여한 동안 울랑가 보다 예고 없이 내리는 눈이내 눈물인양 내리고 있다 더보기 신호등 앞에서 신호등 앞에서 신호등 앞 건널목은 서둘러 건너고 싶다, 그러나 빨간 눈 부릅뜨고 절대 안 돼죽고 싶냐껌뻑껌뻑 신호등이 눈총을 준다 신호등 빨간불 앞에서 나노미터 만한 휴가를 갖는다그 찰나에 별 생각을 다 한다일상을 멈춘 채 맞은편에서 발목 묶인 몇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 - 노트북 가방을 든 신사는 집을 사러 가는 중?입꼬리가 올라갔다 - 비니 모자 쓴 중년의 여인은 아들이 휴가 나옴?손에 잔뜩 먹거라를 들고 있다 - 천지 분간 못하는 초딩은 PC방으로 가고 있나?출발선 앞 육상 선수 모양새다 - 유모차에 실린 새싹 둥이는 건널목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식별하고 있다페라리, 람보르기니, 테슬라, 혼다 어코드, 봉고... - 내 삶의 신호등은 고장 난 것 같다*12년 전에 켜진 삶의 빨간 불이 초.. 더보기 노 부부의 외출 노 부부의 외출 붉은 재킷 입은 할머니와지팡이 잡은 할아버지가 걸어간다직각만큼 꺾인 허리로 "차 옆에 바짝 걷지 마!""영감이나 지팡이 잘 짚어." 할머니의 말 펀치에 지팡이가 미끌한다할머니가 이겼다, 일대빵이다 한 손에 반깁스를 했지만 할머니는 당당하다할아버지는 주차해 둔 차와 차 사이에 들어선다게서 허리 한 번 편다할머니는 도로 한 복판에서 허리를 편다 "그것 참, 차 조심하랑께!""그 차가 후진하면 영감은 콱 죽어." 그 말에 할아버지가 휘청거린다스코어는 이대빵이다 오전 내내 투닥거리며 겨우 한 블록 걸었다침 한 방 맞으러 가는 길에 해가 저문다 지팡이를 제대로 짚을지성했던 다른 쪽 손이 부러지지나 않을지걸음마다 아슬하여도긴개긴이다 이삼십 년 후의 우리 부부가타임머신을 타고 데자뷔처럼걸어가고 있었.. 더보기 강등(降等) 강등(降等) 깃발 휘날리며 잘 나갔던 분이정년퇴직 후에 더 바쁘다며 아우성이다알고 보니, 할머니가 되어밤낮 주야로 손주를 보신단다 앞에서 세상을 당기며 끌던 일 대신에뒤에서 밀어주고깃발이나 흔들며손뼉 쳐 주는 일로 바쁘시단다 주전 선수라는 이름표 떼고손주들의 코치가 되어 웃픈 시간을 보낸다고 너스레다 세대가 바뀌는 칩이 내장되어그렇게 굴러가는 시스템이다인생이란 게 그렇다 백의 종군, 관중되어 삑사리로 응원하니"할머니, 시끄러워!"라는 핀잔을 듣는다존재의 무가치라고 저울이 외친다그래도 무뎌진 감각이 서러운 줄도 모른다 추상같은 호통을 치면모두가 떨던 때도 있었건만지나간 것은한 때 불었던 바람이었다 더보기 말아먹기 말아먹기 유판마로 389번 길에 멋들어지게도 '389TH 카페'를 열었다 아메리카노 향 좋고로스팅 기계 풀장착 했으니손님만 들이닥치면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주판알 굴려보니보증금 5천에 월 300~바리스타 월급이며 원두값 빼면 본전 벌기도 아득하건만개미 한 마리 얼쩡거리지 않았다 부모님 빌딩이라 임대료는 차치하더라도찻잔에 눌러앉는 눈물 이끼 때문에'떡·튀·순·*' 분식집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브로조아 같은 가게를 외면하는꼴진 고객들이 폐업을 눈짓했다 '떡·튀·순·'쟁이들은 길가 허름한 포장마차에서엉덩이 반쯤 내밀고 꼬치어묵을 질겅질겅 씹었다 간판을 떼지 못한 이유는금리와 물가가 내릴 그날에몰려올 손님을 기다림이다 반들거리는 가게 바닥 에폭시를 쓸데없이 걸레질하는데창문에 붙인 임대문의>는 바지사장이 송두.. 더보기 신발 벗어두고 신발 벗어두고 그가 실내화를 벗어두고 나갔다 변명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그는때로는 로봇 같지만그게 바로, 만성적인 그의 근성이다 그는 실내화를 벗어놓고 일상의 바다로 간다 어떤 날은 가지런히또 어떤 날은 내던지듯 그가 뛰어들 파도의 높이는벗어둔 실내화를 보면 안다 내가 벗어던진 신발은 늘 어지럽다내 일상처럼 할머니가 벗어둔 코고무신은 반듯했다몇 번이고 신발을 정돈한 후에 극약을 삼키셨나 보다삶을 내던질 사람은신발 매무새를 가지런케 하나 보다더 이상 할 일이 없던 할머니의 신발은 나란히 차근했다 그의 실내화는 적당하게 널브러져 있다내가 벗어던진 신발은 헤벌쭉하다 더보기 아들 생각이 나게 하는 감태지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물감태=생감태를 주문했다. 그냥 습관처럼 감태를 샀다. 겨울이 되면 감태를 산다. 그것으로 감태 김치를 담근다. 그걸 '감태지'라고 한다. 감태지를 먹으면, 아들의 옛적 모습이 마구 그립다. 아니, 아들이 마구마구 그리울 때 감태지를 먹는다. 그래도 감태 향으로 그 그리움이 좀 가라앉는 듯하다. 전라도에서는 김치를 '지'라고 한다. 경상도 여자인 나는 전라도 사람과 결혼했다. 시댁 쪽 사람들은 김치를 김치라고 하지 않았다. 김치를 '지'라고 했다. 그래서 수많은 김치에 '지'를 붙여 부르는 것을 익히 들었다. '지, 지, 지...'를 무던히도 많이 들었다. 결혼 전에 내가 알았던 '지'는 단무지의 '지'뿐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단무지의 '지'가 김치를 의미하는지도 몰랐다.. 더보기 이전 1 2 3 4 다음